대만 대중교구에서 사목하다 94년 1월 불의의 사고로 선종,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고(故)윤임규 신부의 박사 논문 「역경(易經)의 생생(生生)사상」이 책으로 출간됐다.
윤신부는 중국 유가의 기본 사상인 「생생」사상을 역(易), 생(生), 태극(太極)등 용어들에 대한 문자학적 의의부터 철학적 의의에 이르기까지 고금을 망라하는 해석들을 광범위하게 수집, 정확한 뜻을 밝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역」과 「생」의 의미를 짚은 후 「태극이 생생 역정」「음양과 생생」「인생과 생생의 도」를 설명하고 있다.
얼핏보면 동양사상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풀어 설명하고 있는 것 같지만 책 서두에 밝힌 연구 동기와 목적을 보면 이러한 연구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다각적으로 「생생」의 원리의 심오한 의의를 밝힘으로써 인류와 우주 전체(天·地·人)의 화해를 도모하는 한편 과학기술의 발전과 환경보존이라는 상충되는 난제를 해명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윤신부는 인류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역사, 인간 스스로 몰락하는 역사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는 생생 사상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바 즉, 하늘, 땅, 사람이 공존하고 상응하는 공동체 의식이 바탕 돼야 함을 실천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1977년 사제수품 후 보인 대학교에서 이 책의 근간이 된 논문 「역경」의 「생생」사상 연구로 93년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윤임규 신부는 대만 대중교구에서 사목하다 94년 1월 중국 감숙성 난주에서 선종했다.
대구 계산동, 남산동 보좌를 거쳐 울릉도 도동, 죽전 성당 주임 신부를 역임했다. 마지막 강론과 시, 수필 등을 엮은 유고문집 「마음이여 잔잔히 흘러라」(분도)가 출간되기도 했다.
(이숙자 역/분도/280쪽/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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