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심이은아예요. 예전에는 노래방을 찾아 스트레스를 풀곤 했지만, 이곳에서는 산책을 하거나 채소를 가꾸며 풀 수가 있어요. 동네 아주머니들과 함께 된장을 담기도 하고, 쑥을 뜯어 떡도 해먹었어요. 이곳에서 제 자신이 가장 변한 것이라면 친구들과 부대끼며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된 것이겠죠』
『중학교 2학년 배이삭(이사악·서울 장안본당)이예요. 처음 부모님의 권유로 이곳에 오게 됐어요. 자연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뛰놀다보면 어느새 하나됨을 느끼죠. 그리고 매주 토요일마다 산청본당 신부님과 함께 미사를 봉헌할 수 있어 신앙생활에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요』
경남 산청군에 위치한 「간디학교」(교장=양희창). 중·고등학교 과정으로 이뤄진 대안학교지만 흔히들 생각하는 「문제아」들이 모인 곳은 아니다. 「성적이 곧 행복 순」인 학교를 떠나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이곳을 찾은 120명의 학생들이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톨릭 신자는 20명 남짓 된다.
방학을 하루 앞두고 찾아간 「간디학교」.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아 찾아온 이 산 속 학교는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어 있었다.
「한겴 역사교과서 바로알기 OX퀴즈」, 직접 만든 옷으로 선보이는 「패션쇼」, 「난타」, 「삼도 설장구」, 「도자기 전시」… 벽마다 형형색색 붙어있는 프로그램들.
여느 학교 축제와는 사뭇 달랐다. 학생들이 꾸미는 축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그들만의 자유로움과 색깔이 느껴졌다. 노랑, 빨강, 흰색 머리염색으로 한껏 멋을 부린 그들을 모습처럼.
축제 시작 1시간 전. 저마다 모여 비밀스럽게 연습을 하느라 이곳 저곳으로 흩어진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어디선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한바탕 떠들썩한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겨 다다른 곳은 운동장 옆 숲 속. 고등학교 2학년들의 「난타」 연습이 한창이다. 항아리에 가죽을 씌우고, 대나무를 직접 깎아 만든 악기를 신명나게 두드려댄다.
『얘들아, 이 부분 다시 시작해보자』
『악기에 자갈을 조금 더 빼야겠어요. 소리가 둔탁해요』
『마무리를 좀더 강하게 연주하면 어떨까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서로 지적해주며, 소리를 다듬어가는 모습에서 작은 목소리도 인정해주는 간디만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들러리가 아닌 누구나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 자연의 학교는 저마다의 개성을 존중하며 또 그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가는 배움터다. 그런데 왜 「간디학교」라고 했을까?
양희창 교장은 『무엇보다 진리를 향한 간디의 단순함을 배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청소년들이 복잡한 세상에서 한가지 가치를 바라보며 올곧게 자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답답한 교실을 벗어나 자연을 벗삼은 아이들. 아침햇살에 땀흘려 텃밭을 가꾸며 풀 한포기의 소중함을 느껴본다. 그리고 대자연 안에서 스스로를, 내 이웃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이것은 간디학교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꿈꾸는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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