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1개 교구 소공동체 운동 관계자들이 처음으로 전국 모임을 열어, 그동안의 활동전반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이들은 소공동체 운동이 향후 한국교회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이 운동을 추진해나갈 것을 결의했다. 그렇다면 소공동체 운동이 향후 21세기 우리 교회의 대안이라 할 수 있을까? 과연 교회 관계자들이 지적한대로 한국교회의 희망을 소공동체 운동의 활성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본지는 소공동체 전국 모임을 계기로 다시금 고조된 소공동체 운동을 10여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 10여년간 전개되어온 이 운동의 문제점과 가능성을 진단해보는 기획을 마련하고자 한다. 여기에서는 앞으로 소공동체 운동이 무엇인지 그리고 소공동체 운동의 필요성, 각 교구 소공동체 운동의 실태, 소공동체 모임 모범 본당 사례 등을 중심으로 꾸며나갈 예정이다.
1. 실태와 문제점
사실 소공동체 운동이 그동안 이룩해온 결실을 단정적으로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교구마다, 본당마다 처한 여건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교구의 지원과 관심, 본당 사제의 열정, 소공동체 지도자의 자질 등에 따라 편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톨릭신문이 지난 87년과 98년 전국 신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교의식과 신앙실태 조사에 따르면 구역반모임에 참여하는 신자의 비율이 87년의 49.2%에서 98년 46.5%로 감소했다. 또한 매우 자주 참석한다는 응답자가 27.5%에서 22.3%로 감소했고, 거의 하지 않는다가 26.5%에서 35.0%로 증가했다. 특히 참석 계층의 경우 여성일수록, 40대 이상일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지방일수록 구역반모임 참여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평균 참여율의 감소 현상에서 현재 각 교구의 의도와 지원과는 달리 아직 소공동체 운동이 본당 전체로 파급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한 참여층이 편향되거나 제한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실제 이 운동의 활성화가 본당 사제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사제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주어진 여건이 어쨌든 소공동체 모임에 참여하지 않은 계층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교회 관계자들은 작금의 한국교회가 참된 공동체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본당의 비대화로 인격적 만남이 없어지고 사귐과 섬김과 나눔의 본래 교회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쉬는 교우들이 급증하고 주일 미사 참례자가 감소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즉 편향된 외적 성장이 지속되어 온 가운데 사목자들과 신자들의 인격적인 만남은 더욱 어려워졌고, 신자들은 신자들대로 소속감과 유대감을 상실해 교회 공동체는 갈수록 본래의 정신을 상실하고 있다. 본당의 가장 기초적이고 역동적이어야 할 반모임도 표면적으로는 활발하게 진행됐다고 할 수 있으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형식적 모임의 성격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 이런 개인주의 신앙이 심화된다면 교회의 선교 사명이나 교회의 대 사회적인 역할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소공동체 운동을 시행하면서 다양한 의견들이 도출됐다. "소공동체, 꼭 필요한가?"라는 거부감에서부터 "해봤는데 안되더라"란 체념,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방법이 없다" 등등. 이런 의견 가운데 소공동체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이 주류를 이뤘다. 혹자는 개신교 색깔을 띤다는 이유로 또 다른 이는 현 체제에 안주하려는 성향 때문에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한국교회의 내적 위기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그 원인을 교회 내적 구조의 결함이나 부적절했던 사목 정책에서 찾기 보다 외부 환경의 변화에서 찾으려했다. 일부 사목자의 경우 "평신도에게 뭘 크게 기대할 수 있나?" "설사 교육시켜 양성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능력과 시간엔 한계가 있지 않을까?" 등의 이유로 소공동체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한가지는 개신교 색깔에 대한 일방적인 거부감이다. 알려진 대로 개신교의 구역 모임은 가톨릭의 구역반모임보다 활성화되어 신자들을 관리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 교회가 개신교처럼 유난스럽게 이런 운동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신앙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어야 하는데 오히려 부담감만 더 생긴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요지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소공동체 운동이 개신교적인 것이기 전에 복음적인 부름이란 데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땅의 복음화란 대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그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교회 공동체의 뿌리요 초석이 되는 소공동체의 활성화야 말로 향후 우리 교회의 나아갈 방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각 교구마다 현 시대가 요구하는 교회상을 제시하기 위해 새로운 교구틀을 구축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예는 서울대교구, 대구대교구, 춘천교구 등 여러 교구의 최근 동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소공동체 운동이 자리하고 있다.
2. 교회의 미래
소공동체 운동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과 비판들이 지적되어 있지만 그래도 교회 안에서는 이 운동이 교회의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가톨릭신앙생활연구소가 서울대교구와 광주대교구 신자 6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공동체 운동 실태 조사에 의하면 다수의 신자들이 이 운동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공동체운동을 매우 잘 알거나 비교적 잘 안다고 대답한 비율이 40%였는데 반해, 성공여부에 대해 89.9%가 성공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아무리 어렵더라도 소공동체를 꼭 추진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58.4%에 달해 비교적 넓은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교회의 의장 겸 마산교구장인 박정일 주교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소공동체 운동은 교회가 자신의 참 모습을 되찾기 위한 운동이며, 교회 본연의 사명인 복음 전파와 세상 복음화를 위해서 가장 적절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이 시리즈를 통해 소공동체 운동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등에 관해 조명되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이 단지 일시적인 유행이나 시대적 현상에 의해 발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복음이 제시하는 나눔과 섬김이 살아있는 교회가 되고자 하는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이다. 급변하는 세상에 역동적으로 응답할 수 있는 새로운 교회의 모습이요, 삼위일체 신비를 잘 드러낼 수 있는 복음적인 교회의 모습이다. 초대교회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현 사회적 여건과 문화에 따라 새롭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의미있게 응답해가고자 하는 것이 소공동체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소공동체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적인 원리이다. 가까이 사는 이웃 신자들이 함께 주님의 말씀을 듣고, 복음을 나누고 사랑을 실천하는 장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나눔과 친교가 점차 지역 사회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돕고 이웃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일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반소공동체 활동과 그에 필요한 교육을 통해 변화되고 양성된 신자들은 친교의 공동체에서 선교의 공동체로 변화 발전해간다. 실제로 서울 구로본동본당의 경우 소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많은 결실을 맺었는데 97년 4월부터 9월까지 전년 대비 400% 정도의 입교자가 늘었으며, 이들 예비신자들을 공동체에서 관리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 사목국장 정월기 신부는 『이젠 소공동체가 교회의 희망이란 확신을 가지고 공동체의 발전과 쇄신에 전 구성원들이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라고 지적하고 『부락마다, 일터마다 신자들의 소공동체가 형성되고 활성화된다면 참으로 이상적인 공동체상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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