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를 둘러보다 보면 우리 마음 속에 남아있던 신앙의 불모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곳에 하느님의 길을 닦아 나가는 게 곧 성지순례이지요』불혹의 나이에 나선 성지순례길이 어느덧 수백회를 넘고 있는 박용순(바오로·서울구로3동본당·64)씨, 그가 말하는 성지순례는 스스로를 새롭게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다.
성지순례에 매료돼 보다 나은 순례를 위해 성지순례와 관련된 교육이라면 기를 쓰고 나서는 박씨는 손수 「성지순례 묵상집」을 내기도 한 열정파. 같이 성지순례를 나서는 사람들을 위해 미리 공부를 하며 함께 나누면 좋을 것 같은 자료를 모으다 보니 조그맣던 소책자가 어느 새 수백쪽이 넘는 묵상집으로 엮여졌다. 지난해 4월 처음 묶어낸 119쪽의 「한국성지 묵상자료」는 「조선에서 하늘까지」라는 400쪽 안팎의 전국 성지순례 프로그램 책자로 증보됐다. 최근에는 370쪽이 넘는 상하 두권의 「천주교성지 15코스 성지순례 묵상집」으로 묶여져 나올 정도로 내용을 더해가고 있다. 그의 묵상집은 서울대교구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에서도 성지안내봉사자교육 자료로 쓰일 만큼 호응을 얻고 있다. 날을 더할수록 부피를 더해 가는 묵상집은 무르익어 가는 박씨의 성지에 대한 사랑을 짐작케 한다.
『저만의 감동을 혼자 간직하기에 너무나 벅차 주위와 나누다 보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나 버리더군요』지난해 6월부터 본당 신자들의 성지순례를 이끌고 있는 그는 자신이 만든 책자의 덕을 톡톡히 본다. 성지순례를 일과성 행사로 여기던 신자들의 성지순례에 대한 자세가 자연스레 바뀌는 모습에 스스로 보람을 느낀다고.
『성지 순례를 여가 이용의 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이들을 보면 답답하다는 생각뿐입니다』 처음 국내 성지순례를 나서던 당시만 하더라도 성지에 대한 소개글조차 변변히 마련돼 있지 않은 성지에서 죄스런 마음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박씨는 성지를 자주 찾는 것이 성지 보존에 한 몫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오늘의 성지의 모습은 신앙의 역사에 대한 후손의 책임을 상징한다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성지를 대하는 자세가 곧 그의 신앙의 모습이라고 보면 거의 틀림없습니다』순교의 땅을 다시 밟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늘 순례를 떠난다는 박씨. 『순례를 통해 늘 하느님의 아들로 거듭 난다는 자세를 가지면 좋겠다』고 밝히는 그는 신앙에 대한 열정을 새롭게 해주는 순례길을 함께 떠나길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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