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생활은 무엇인가? 사(事), 언(言), 행(行)에 있어서 나쁜 생각, 나쁜 마음이 일어나면 자꾸만 물리치는 공부를 하는 것이요, 또 결점에 떨어졌으면 즉시 통회, 보속, 정개를 거듭하는 것이다. 앉아서 기도하고, 시간이나 지키고, 말 안하는 침묵이나 지키고, 그저 조용하게 세속이 귀찮아서 피해서 사는 곳이 아니다…』「영혼의 빛(방유룡 신부 어록집)」.
하느님 뜻에 맞도록 노력하고 협조하는 삶이 수도생활이라고 정의 내린 창설자 방유룡 신부의 가르침은 수도자들뿐 아니라 그리스도인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하느님과의 합일을 지향하는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방신부는 큰일을 행할 것을 가르치지 않았다. 방신부는 인(人), 사(事), 물(物), 현상, 모욕, 천대, 무시, 미소한 일, 범상한 일, 십자가 등이 하느님 창조에 협조할 수 있는 좋은 재료라고 말했다. 또 어떤 것이든 행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하느님을 위해 하는 말 한마디, 한번 웃는 것 등도 하느님 성화사업에 큰 협조가 된다고 가르쳤다. 따라서 순교복자회의 수도생활 즉, 면형무아(麵形無我)의 실천은 점성정신으로 가능하다. 이 정신은 무슨 일이든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책임있게, 정확하게, 빈틈없이, 알뜰하게 하는 습관을 익히는 덕행으로 수도생활의 가장 근본이 되고 있다. 즉 일상이 수도생활의 기반이 되고 출발점이 됨을 말한다.
방신부는 수도생활의 실천에 있어서 모든 것을 끊고 벗어나서 하느님 안에서 자아가 철저히 무(無)가 되도록 침묵할 것을 당부한다. 이같은 침묵은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분심잡념과 사욕(邪慾) 등을 떨쳐내는 강한 의지와 노력으로 이뤄진다.
방신부는 『대월생활이 없는 생활은 수도생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사욕과 죄악이 가득한 영혼이 빛날 수 있도록 성의를 갖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점성정신, 침묵, 대월을 통해 철저히 비움의 삶을 살 것을 가르치는 순교복자회는 특수 사도직으로 인한 카리스마의 실현보다 일상 안에서 작은 실천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순교복자회는 수도회의 고유영성인 면형무아의 정신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본당사도직에 충실하고 있다. 전국 14개 교구 60개 본당에서 전교활동을 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스페인, 멕시코 등 해외선교도 함께 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에서는 원주민 선교를 펼치고 있으며 현지인 지원자가 입회, 외국인이 면형무아의 영성과 순교영성을 실천하고 있다.
성모자애보육원, 성모장애인종합복지관 등 사회복지분야 사도직과 도시빈민사도직은 자기 비움의 영성을 가난한 사람들과의 생활 안에서 실천토록 하는 대표적인 사도직이다.
신앙 선조들의 순교 영성을 현재의 일상에서 살고자하는 이들은 20년전부터 관상공동체인 「대월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충북 진천 백곡면에 위치한 대월의 집은 현재관상생활에 주력하고자 하는 수도자 7명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수도회는 관상을 통해 더욱 풍부해지는 면형무아의 영성을 키워가기 위해 앞으로 20여명 정도의 수도자들로 이뤄진 규모있는 관상공동체를 형성할 계획이다.
한국교회의 순교역사와 순교자들의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순교복자회는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을 비롯해 절두산, 솔뫼, 남양, 배티 등 순교성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순교자들의 모든 것이 총망라돼 있는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에서는 순교자들의 유물 수집과 전시 등을 관리하고 있으며 여러 성지에서는 성지보존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교회사 연구, 한국전통문화연구에도 충실하며 순교자현양 관련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순교복자회는 순교정신과 형제애로서 복음을 전하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기끼어 투신한다는 정신아래 이밖에도 다양한 사도직 활동을 하고 있다. 천안 복자여자중고등학교, 17개의 유치원, 어린이집, 특수교육 등 교육사도직에서도 많은 수녀들이 활동하고 있다. 수녀원은 인천 성모자애병원을 비롯한 의료사도직, 교정사도직, 독일 성프란치스코 양로원 등도 맡고 있으며, 한마음청소년수련장, 수원가톨릭대학교 등에도 수녀들을 파견하고 있다.
540여명(수련자 포함)의 대가족을 이루고 있는 한국순교복자수녀회는 오늘도 더 멀리, 더 많은 이들에게 면형무아의 삶을 전하기 위해 매순간 일상에 충실하며 기도와 함께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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