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아일랜드의 수도원
독실한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는 위에서 언급한 두 성인 빠드리씨오와 골룸바노에 의해 꽃피우고 열매맺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다분히 수도원 중심의 영성이 교회 분위기를 좌우하였다. 성 빠뜨리씨오는 프랑스에서 뚜르의 성 마르띠노가 세운 수도원과 러랭의 수도원에서 교육을 받았고 성 골룸바노도 아일랜드 수사들을 프랑스로 데리고 가서 수도원에서 교육을 받게 하였다. 귀족의 자제들은 당연히 수도원에서 교육을 받았다. 수사들은 노동에도 힘썼지만 그들 중에는 문학과 철학에 뛰어난 이들도 있었다.
이 시대에 아일랜드의 가장 큰 특징은 수도생활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아일랜드 교회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세상의 삶과 토지를 버리고 수도생활을 하기 위해 참회의 삶을 택하였다. 여자 수도자들과 여자 부제들도 교회 안에서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수도원들은 외딴 곳이나 이교인들의 마을이 있던 곳에 세워졌다.
어떤 이들은 외부인들과 접촉을 피하려고 섬이나 육지의 낭떠러지에 수도원을 지어 침입자들을 막을 수 있는 요새처럼 만들기도 하였다.
수도원의 고행은 고독 속에서 관상생활을 하기 위한 규칙으로 인도한다는 까씨아노의 가르침이 무조건 수용되었다. 6세기 말부터 많은 수도자들은 한 때 은수자의 삶을 도입하기도 하고 계절적인 은둔생활을 하기도 하였다. 즉 여름이 시작되면 해안 근처 외딴 바위 위에서 관상생활에 힘쓰다가 겨울이 되면 수도원으로 돌아 갔다. 이는 「완전한 수도자」가 되는 한 방법으로 여겨졌다.
중세기 아일랜드의 수도생활은 일종의 참회의 삶이었다. 뉘우침과 보속의 방법으로 행해진 참회는 더 중요한 실천인 고해(告解)를 요구하였다. 그것은 성사의 형태를 띠었으나 동방에서, 특히 은수자들과 수행자들로부터 전해진 것으로서 아일랜드 수도원에서는 공동 수행의 실천으로 받아들여져 행해졌다.
수도원에서 행해지던 이런 수행 방법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전후하여 사라졌으나 옛날부터 대부분의 수도원에서 행해진 수행이었다. 「어느 수녀의 이야기」(우리말로는 「파계」로 번역되었다)라는 영화에서 공동체의 수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무릎을 꿇고 공동체 앞에서 잘못을 고백하는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다. 개별적인 사적 고백은 통상적으로 죽기 전에 행해졌으나 특별히 미사 전에 신심적 고해라고 하여 고해신부나 영성 지도신부에게 뉘우친 죄를 고해하는 전통이 생겨났다. 그리하여 이와 병행하여 예외적으로 참회록이 생겨나게 되었다. 참회록이란 죄의 목록과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벌칙을 정해놓은 책을 말하는데 여러 개가 있었다. 참회록의 저자들은 인간이 하느님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법적인 보상을 해야한다는 정신을 심어주려고 하였다.
예를 들면 이러하다. 악은 멀리함으로써 치유되고 대식가는 단식을 해야 하며 말이 많은 사람은 침묵을 지키도록 권고하는 것 등이었다. 그리고 고해신부는 식별력이 뛰어나야 하고 고해자들에게 뉘우치도록 권고해야 하며 적절한 훈시와 벌을 주어야 했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참회록은 많이 사라졌으나 남아있는 것들은 서양 사람들의 양심 형성에 기여했다고 보여진다. 그 영향력은 대단하여 영국과 유럽 여러 나라에서 사용되었다. 그리하여 14세기에는 아이슬란드에서, 15세기에는 스페인에서, 16세기에는 이탈리아의 북부에서까지 사용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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