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벨또 신부는 생명을 살리고 키우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열정적이었고어떤 힘으로 생명을 죽이는 것에 분노했다.
한 사제가 있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가난한 나라에 선교사로 들어와 36년을 살았다. 소록도에서 나환자들과 함께 살았고 충남 당진 매산리에서 농민들과 농사를 지었다.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자주 방문했으며 불의를 타파하기 위해 시위 현장도 놓치지 않았다. 직장암 말기라는 사실조차 숨긴 채 불평등한 SOFA개정 요구 집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그는 생명을 살리고 키우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열정적이었고 어떤 힘으로 생명을 죽이는 것에 분노했다. 그는 지금 그의 고국이 아닌 그가 사랑을 나누었던 사람들이 있는 한국 땅에 묻혀있다.
농촌 사목과 정의 구현을 위해 활동하다 지난해 7월 29일 선종한 서로벨또 신부(본명 로버트 피터 스위니·성 골롬반 외방선교회)의 삶의 행적을 담은 유고집 「그리고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았다」가 출간됐다.
월간 '참 사람 되어'에 연재됐던 글을 모아 엮은 이 책에는 평생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했던 로벨또 신부의 삶과 그 삶을 통해 증명한 생생한 메시지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매산리에서 농민으로 11년을 살았던 서신부는 이 책에서 유독 하늘과 땅,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다.
『이 땅의 활발한 춤 때문에 식물과 동물과 인간은 생명을 가진다. 인간답게 땅을 쓰는 것은 사랑스럽게 쓰는 것이다. 그것은 깊은 이해와 관심과 돌봄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며. 특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해박한 지식과 예리한 통찰력을 가졌던 그의 글들은 죽음의 문화가 생명 문화를 지배하는 현실 앞에 선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짚어준다.
문규현 신부(전주교구 서학동 주임)는 『「예」할 때 「예」하고 「아니오」할 때 「아니오」하는 분명한 사제였다』며 『섬김을 아는 참된 사제, 사랑할 줄 아는 참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한국지부 지부장 오기백 신부는 『신부님께서 보여주신 세상과 인간에 대한 관심과 깊이 있는 성찰, 그리고 반 복음적인 세상에 대한 통렬한 비판은 한 선교사로서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 하려는 그의 깊은 신앙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때로는 죽은 후에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위 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맘 좋게 생긴 수염 난 할아버지의 모습은 이제 볼 수 없지만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았던」그 모습은 모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한편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는 7월 26일 오후 6시 30분 명동성당 별관에서 추모미사와 일대기를 담은 비디오 상영, 출판기념회 등 로벨또 신부 1주기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열린/308쪽/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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