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아일랜드의 수도원(지난호에서 계속)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사적 고해 방식은 전체적으로 보아 교회 안에서 영적 성장에 크게 기여하였다. 회개를 통하여 하느님과의 관계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용서하시는 하느님께 대한 사상이 두루 퍼져나갔던 것이다. 이리하여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친숙하게 하려는 방법들이 생겨났으니 사적 미사와 대사(大赦) 그리고 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참회 등의 신심이 일어났다. 다른 사람이 받아야 할 벌을 대신할 수 있다는 사상이 대사로 발전하여 8세기부터는 죽은 이들을 위한 전대사가 생겨났다. 이러한 사상이 계기가 되어 수도원에서는 이런 신심을 널리 전하였다.
아일랜드 수도원들의 엄격한 참회 방법은 최고의 신심이라고 볼 수 있다. 이리하여 엄격한 규칙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엄격한 규칙의 준수와 분별력, 겸손, 순종의 덕목들이 논란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수행의 한 형태인 단식은 사순절 내에 엄격히 지켜졌다. 그들은 사순절을 셋으로 나누어 지켰는데, 겨울에는 엘리야의 사순시기, 봄에는 예수님의 사순시기, 여름에는 모세의 사순시기가 그것이다. 그리하여 어떤 이들은 물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육체 노동이 강조되었다.
참회 다음으로 하느님께 봉사하는 신심은 순례였다. 위대한 성인들은 자주 이렇게 말하곤 하였다. 『우리가 하는 순례는 주님의 이름을 위하여 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영혼 구원을 위하여』, 『하늘 나라를 얻기 위하여』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였다. 여행은 즐거울 수도 있으나 수행의 목적으로 하는 여행은 많은 어려움과 위험을 동반한다. 어려움을 감내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족과의 단절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은 순례였고 그것은 극기와 포기의 한 방법이었다. 다른 어느 민족보다도 가족간의 결속이 강한 아일랜드인들에게 있어서 가족을 떠난다는 것은 큰 희생이었다. 그러나 떠나고 포기함으로써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관대함을 보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삶으로 이해되었고 이를 통해서 아일랜드 교회는 영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수도자들의 영성에 있어서 기도와 성서 봉독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것이다. 그 수도자들이 행한 주 업무 중의 하나는 성서를 읽고 해설하며 필사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늘 그것들을 지니고 다니면서 읽었고 이를 통해서 관상하는 기도를 익혀나갔다. 그들이 하던 기도 중에 제일 으뜸가는 것은 미사였다. 미사는 언제나 준비와 의식으로써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수도원에서는 주일과 축일 그리고 수사들의 장례 때에 거행되었다. 신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와 수용할 수 없는 성당들도 있었다. 영성체가 강조되었고 이를 위하여 고해성사도 강조되었다. 미사는 자주 제물 봉헌으로 이해되었다. 또한 그들은 라틴어로 된 시편으로 기도하였고 켈틱어로 해설을 첨부하였다.
수도자들은 까씨아노의 가르침에 따라 엎드려서 기도하기도 하였다. 성 골룸바노는 하느님의 뜻을 알고 그것을 수행하는 방법을 공부(studium)라고 하였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위대하신 하느님과 인간의 비참함을 알고 그것을 묵상하는 것이었다. 성인의 생애를 기록한 저자는 『그는 성서를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스스로 논쟁하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그는 성서를 자주 읽고 성찰하며 살았던 것이다.
이러한 신심들은 아일랜드가 튼튼한 가톨릭 국가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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