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의 아름다운 파이프 오르간 선율 속에 숨어있던 한국교회 오르가니스트들의 스승이 세상을 떠났다.
그 주인공은 7월 23일 새벽 74세의 일기로 선종한 예수회 프란스 본(Fans Boon) 신부.
본 신부의 선종소식을 접한 명동성당 오르가니스트들과 몇몇 음악인들은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7월 24일 명동성당 문화관 소성당에서 김수창 신부와 백남용 신부 주례로 추모미사를 봉헌하면서 명복을 빌었다.
일본 히로시마 엘리사벳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했던 본 신부의 한국과의 인연은 한국인으로서는 첫 제자였던 김혜자(헬레나·추계예술대학교 작곡과) 교수에게서 시작됐다.
그 인연을 계기로 지난 72년 명동성당에서 연주회를 가졌던 본 신부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는 당시 가톨릭교회는 물론 개신교회까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만큼 명동성당도 서양 성당 버금가는 시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던 본 신부는 82년 명동성당 주임으로 부임한 김수창 신부와 함께 새 파이프 오르간을 구입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지난해 1월까지 한국에 들어와 매년 서너 차례 오르가니스트들을 지도해온 본 신부는 80년대 초기 한국 연주자들을 히로시마에 초청, 연주회 연수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명동성당 주임이자 서울대교구 성음악 감독인 백남용 신부는 『72년 신학생 시절 때 본 신부님의 오르간 연주와 그레고리오 성가를 번갈아가며 아름다운 연주를 했었다』며 본 신부를 회고했다.
1927년 벨지움에서 태어난 본 신부는 44년 예수회에 입회했으며 Gent왕립음악학교와 주립대학에서 파이프 오르간, 음악사 전공,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파이프오르간, 바로크 음악을 전공했다.
72세까지 대학원 강의를 맡았던 본 신부는 일본 히로시마 엘리사벳 음악대학교수, 히로시마 세계 평화기념대성당 전속 오르가니스트를 역임했으며 한국에서 여러 차례 연주회를 가졌다.
본 신부의 장례미사는 7월 24일 동경 이냐시오성당에서 봉헌됐으며 고인의 유해는 히로시마 근교 나가츠카 예수회묘원에 안장됐다.
명동성당 파이프 오르간
1927년 뮈텔 주교의 금경축을 기념해 6년의 긴 시간에 걸쳐 설치됐으나 노후로 인해 1960년 양기섭 신부재임시 미국산 전기식 파이프 오르간으로 대체됐다.
1972년에는 예수회 프란스 본신부가 방한해 전기식 파이프 오르간을 직접 수리해 연주회를 갖기도 했다. 그 후 세 번째로 설치된 현재의 파이프 오르간은 85년 김수창 신부가 부임해 구입한 것으로 본 신부의 절대적인 도움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20여년 째 명동성당에 울려퍼지고 있는 지금의 오르간은 독일의 베르너 보슈(Berner Bosch)사에서 제작, 설치한 오르간으로 35스탑, 3건반, 2577개의 파이프로 성당 후면 발코니에 설치돼 있다.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