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103위 순교성인 탄생….
아련하게까지 느껴지는 기억의 한자락에 묻혀 가는 감동에 대한 회상은 순교자와 신앙의 현재에 무심했던 삶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다.
꼭 200년전 같은 산하에서 같은 신앙으로 하느님을 고백하다 스러져간 순교자를 대하는 덤덤함은 103위 성인조차 귀에 익지 않은 우리의 현실에서 당연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감동이 사라져 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깨치는 것은 순교자들이 겪었을 법한 고통, 그리고 그 고통마저 선택하게 한 삶이 아닐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김옥희 수녀가 펴낸 「신유박해 순교자들」은 마를 대로 메말라져 있는 논에 내리는 단비와 같다. 「신유박해 200주년 기념 순교자 전기 자료집」 제1권으로 나온 「…순교자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후손들의 믿음의 현재를 드러나게 해 부끄러움마저 품게 한다.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 「…순교자들」은 제1부에서 신유박해 순교자의 면모를 그림과 함께 살피게 하고, 제2부에서 신유박해로 심한 고통을 받은 여러 노비들의 활동과 박해를 전후한 여성공동체 활동 등을 논문형식을 빌어 소개함으로써 신유박해를 둘러싼 당대의 삶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1부에 실린 조선 왕실의 마지막 궁중화가였던 고 탁희승(비오) 화백이 동양채색화로 그린 85점의 신유박해 순교자들의 전기는 그 자체로 가슴에 잔잔한 감동의 파고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시복시성운동의 의미는 분명 불완전한 세상살이의 삶을 사는 우리 자신들의 성화를 위한 것입니다』
지은이 김옥희 수녀는 「…순교자들」을 통해 순교자 현양이 시복시성이라는 결과로서의 현양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순교자적 삶을 깨달아 가는 과정으로서의 현양임을 담담히 전하고 있는 듯하다.
김옥희 수녀 지음/한국순교복자수녀회/425쪽/2만원
※구입문의=한국순교복자수녀회 02)707-5500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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