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제에서 기도의 아름다움을 체험한 이들은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싶어했다. 그래서 떼제의 수사들은 이들을 성서에로 초대했다.
그리스도를 알고자 희망
매일 오전 10시면 한시간 가량 각기 연령에 따라 그룹별 성서묵상 시간을 가졌다. 성서묵상 시간에는 그룹별로 한 사람의 수사가 함께 한다. 각 나라의 젊은이들은 각기 나라별로 모여 앉았다.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통역을 해줄 대표를 뽑는 것. 그들은 다른 친구들을 위해 한마디씩 자기 나라말로 옮겨줬다. 떼제에서는 보통 영어를 사용했다.
고등학생도 대학생도 혹은 직장인들도 있었다. 모임 전에는 간단히 각 나라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짧은 성서구절들을 읽고, 수사의 설명이 이어지고, 각자 택한 내용을 묵상한다. 오후 소그룹별 모임시간에 서로 생각과 경험을 나눴다.
『고통을 받았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하느냐?』
『우리 주위에 화해가 필요한 장소나 상황은 무엇인가?』
『복잡한 일상 중 무엇이 정말 중요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 어떻게 하면 우선순위를 발견할 수 있을까?』
『왜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가?』
이성, 진로, 가족문제…. 성서는 이 의문들에 대한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통역에 의해 한마디 한마디 천천히 진행됐지만 지겹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그들의 눈빛은 진지했다.
이곳 떼제의 수사들은 이런 젊은이들에게 결코 무엇을 지시하거나 가르치지 않았다.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애썼다. 단지 이야기를 풀어낼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 스스로가 문제를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원하는 이들을 위해 수사들과 개인상담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가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젊은이들에게 떼제의 수사들은 만남의 다리가 돼준다.
떼제공동체 에밀 수사는 『70년대까지만 해도 젊은이들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는데 오늘날 젊은이들은 실망이 두려워 이웃에 일들에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그저 듣기에 좋은 말, 거창한 구호에 만족하거나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노력하려는 좋은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밀 수사의 말이다.
소박한 나눔 그리고 친교
떼제에서의 일상은 자유로운 질서에 의해 흘러갔다. 현재 떼제마을의 모습은 서서히 변화된 것이었다. 찾는 발걸음이 늘어남에 따라 「화해의 교회」벽을 허물고 천막을 쳤고, 그리고 건물을 넓혀나갔다. 젊은이들은 숙소를 짓는데 자발적으로 나섰다. 지금도 젊은이들은 식사준비, 설겆이, 청소 등을 함께 했다. 떼제에서는 작은 일이지만 젊은이들이 스스로에게 신뢰를 느끼는 기회를 주고자 자원해서 봉사할 기회를 마련한다. 봉사를 주로 하는 젊은이들은 대게 오전 중에 각자 맡은 소임을 하고 오후에는 그룹모임에 참석했다. 또 성서심화그룹, 침묵피정그룹도 따로 있었다.
식사는 수천명이 다함께 곳곳에 마련된 의자에서 혹은 나무 밑에서 먹었다. 식사시간과 오후의 차 마시는 시간은 많은 친구들을 사귀는 만남의 시간이 되기도. 숙박은 캠핑장을 이용하거나 4~8명씩 공동숙소를 사용했다.
매주 목요일엔 나라별 모임이 마련된다. 토요일엔 수천명의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축제의 시간을 가진다. 이 국제포럼(International Forum)에서는 각 나라의 문화를 이야기, 노래, 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하며 젊음의 끼를 표현했다.
또 하나 젊은이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다양한 주제의 워크샵. 바하의 칸단테 감상 및 해설, 이콘 감상 및 해설, 세계 경제문제에 대해, 세계화에 대해, 고통·용서·성소 등 매일 다른 주제의 워크샵에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었다.
매일 오후 2시. 「화해의 교회」에서는 떼제의 노래가 울렸다.
『일상 안에서도 이 기도를 유지할 수 없을까?』
떼제를 찾은 젊은이들 중에서는 일주일에 한번도 아닌 하루 3번씩 교회를 찾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며칠 후 이들 중 많은 수가 떼제 노래를 배우는 시간에 참여, 스스로가 기도를 하고 있었다.
생명력을 충전하는 샘터
떼제 공동체 수사들은 『떼제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떼제에서 색다르게 발견할 것이 없다』는 등의 표현을 했다. 그러나 연간 40여만명의 사람들이 떼제를 방문하고 있다.
『떼제를 지나는 것은 여행자들이 목을 축이는 샘물가를 지나는 것과 같다. 이곳 수사들은 떼제를 찾는 이들을 붙잡아두려 하지 않는다. 기도와 침묵 중에 생명의 물을 마시고, 하느님이 계심을 알아차리고, 하느님의 부름에 응답하며 각자의 본당과 생활터전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하고 평화를 위해 일하러 떠나길 원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1986년 떼제를 방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단순, 소박한 생활. 민족과 언어, 문화를 넘어서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하고자 하는 열망과 노력. 이를 바탕으로 떼제공동체 수사들은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고통과 어려움, 또 기쁜 소식들에 귀를 기울인다. 아프리카의 에이즈 문제, 중동의 반목과 분열, 나날이 증가하는 이혼율과 가정파괴, 북한의 기근 등등. 이 모든 고통들을 기도에 담아 위로한다.
떼제를 찾는 이들의 모습을 고정된 사고의 틀에 끼워 맞추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야기해준다. 하느님은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것을. 우리가 하느님 부르심에 귀를 기울이고 전적으로 신뢰할 때 고통을 이겨낼 힘을 주심을. 자기 자신을 겸손히 내어놓고 인자한 마음으로 살아갈 때, 서로 친교를 나눌 때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길이 열림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주는 단순한 기도. 아름다운 교회에서 반복되는 그 울림이야말로 일치의 시작, 모든 신뢰와 모든 사랑의 시작이었다.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나가 된 이들, 그들은 더 이상 『왜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자신을 내놓는 삶을 살아야하는지』 묻지 않는다.
떼제의 언덕을 내려가는 이들의 뒷모습에 비친 것은 매일의 용서와 화해를 통해 자신의 삶터에서, 교회에서 세상의 평화, 교회의 일치를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희망이었다.
▲ 젊은이들이 오가고 있는 떼제(Taize) 입구
▲ 여러나라 젊은이들이 함께 소그룹 모임을 통해 생활과 신앙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함께 모여 성서묵상시간을 갖고 있다
■ W.Y.D(World Youth Day)는
7월 2~12일 대구대교구 사목국 청소년 담당 산하 W.Y.D(World Youth Day) 모임 젊은이 30여명이 일주일간 떼제를 방문했다.
W.Y.D는 지난 95년 필리핀 세계청소년대회 참석자들을 중심으로 모인 젊은이들의 단체로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젊은이들이 정기적인 미사봉헌, 삶의 자리에서 경험한 신앙나누기를 통해 믿음을 다지고 친교를 나누고 있다.
또한 W.Y.D 모임은 1996년 이스라엘, 1997년 제11회 파리 세계청소년 대회, 1998년 제주도, 1999년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입국 450주년 기념 가고시마교구 청소년 대회, 2000년 제 12회 로마 세계청소년 대회 등 세계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순례의 여정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떼제공동체를 방문한 이들은 세계 여러나라 젊은이들과 함께 기도하고, 각자의 경험과 신앙생활에 관한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들은 떼제 공동체 창설자 로제수사와의 만남, 한국인 수사들과 함께한 나라별 모임, 친교의 시간 등을 통해 공동체와 떼제의 노래로 드리는 기도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도.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국제포럼에서는 세계 젊은이들에게 한국교회의 순교영성을 알리고, 생활성가·민요 등의 공연을 펼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이번 순례를 함께한 신임희 교수(마리아·대구가톨릭대)는 『떼제는 사랑과 희망이 넘쳐흘러 누구나 마시고 가도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다』며 『특히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영원한 삶에 대한 큰 희망이 수많은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인도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 떼제공동체 신한열, 장경선 수사와 함께 마을 성당 앞에서.
■ 떼제를 방문하려면
떼제에 머물기 위해선 미리 신청을 해야한다. 식사나 건물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나라별 국민소득과 형편에 따라 부담하게 된다. 한국에서 가는 경우 30세 미만 젊은이의 경우 하루 기준(숙식 기타 모두 포함) 약 25프랑 정도, 수입이 있는 30세 이상 성인은 60~80프랑정도 부담하게 된다.
※문의=국제전화(33) 385 50 30 02(영어로 통화 가능. 프랑스 시간 오전 10~12시). 한국수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 : www.taiz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