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운동으로 조깅을 하고 있다. 조깅을 하는 이유는 첫째로 건강을 위한 마음과 마라톤 자체가 주는 매력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이번 가을쯤 하프 마라톤을 뛰고 내년에는 42.195 Km의 마라톤 풀 코스를 한번 도전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 마라톤 완주를 위하여 연습하면서 느끼는 느낌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마라톤도 그냥 연습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와 공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단순히 열심히 뛰기만 하면 되겠지 하고 뛰다가 얼마 전 마라톤에 관한 책도 구해서 읽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료도 참고하게 되었다. 물론 많은 내용 중 실제로 나에게 도움을 준 것은 몇 페이지에 불과하였지만 그러나 그 한 두 가지 지식은 나의 마라톤 연습에 너무나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 예를 들면 자세 편을 읽고 실제로 그 자세대로 나의 자세를 조금 수정하고 뛰었을 때 얼마나 호흡하기에 편했는지 모른다 !이것을 경험하면서 이러한 사실은 우리 삶과 우리 신앙에도 같이 적용되리라 생각되었다. 그냥 산다고 삶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생활과 우리 인생을 위한 공부와 거기서 주어지는 기쁨을 우리가 체험할 때 우리 인생의 행복과 멋은 한층 더 깊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마라톤을 즐기고 코스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욕심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조깅 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조금만 더 천천히 뛰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왜 잘 안 되느냐 하면 차츰 마라톤에 맛을 들이고 거리를 늘려가면서 슬금슬금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제는 몇 Km를 몇 분에 뛰었으니 오늘은 몇 분에 뛰자! 또 오늘은 몇 Km를 더 뛰자는 등 시간과 거리에 대한 욕심이 운동을 힘든 노동으로 바꾸고, 전체 생활 리듬까지 깨뜨리며 더러는 부상도 가져와 마라톤을 망치는 주범이 되곤 한다.
그러기에 자신의 능력을 보지 못하고 「조금 더 잘하고자 하는 욕심」에서의 벗어남이 마라톤을 즐기고 풀코스를 완주하는 가장 큰 밑천이 아니겠는가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 사실은 오늘 복음에 나오는 재물에 대한 인간의 태도에도 그대로 적용되리라 본다. 왜냐하면 재물에 대한 '조금만 더'라는 이 미묘한 인간의 욕망과 탐욕이 우리 인생을 병들게 하고 인생의 참다운 멋과 행복을 앗아가는 가장 큰 요소이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의 주제는 재물에 대한 탐욕이다.
인간은 땅에 발을 디디고 삶을 시작한 순간부터 자기 실현의 욕구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자기 실현의 욕구는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무엇인가가 부족하다는 것을 자각하게 하고, 이러한 자각은 성장해가면서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인간으로 하여금 노동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우리에게 채워지지 않은 부족한 부분을 흔히 재물로 생각한다.
그래서 재물로 우리의 부족함을 채울 때 인생은 완성되고 행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기에 돈과 재물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고 더 나아가 나의 생명과 나의 미래까지도 재물에 의해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한다. 바로 이러한 착각이 인간으로 하여금 재물에 대한 탐욕에 빠지게 만들고, 실제 삶의 현장에서는 재물이 인간의 삶을 위하여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재물을 위한 인간의 노동이 삶인지 그 자체가 모호해지고 주객이 전도된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 복음은 바로 이러한 잘못된 우리들의 삶의 태도에 대한 경고인 것이다.
복음의 전반부는 상속문제를 거론하면서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고 경고하고, 후반부의 어떤 부자의 예화는 재물은 죽음 앞에서 무력하며, 재물에 의해 우리의 미래는 결코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물질에 대한 탐욕 때문에 하느님께 인색한 사람(원문 하느님 앞에 재물을 모으지 않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결론짓고 있다.
여기서 하느님께 인색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밝히려면 21절과 내용이 비슷한 구절들을 참작해야 한다. "너희는 있는 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라. 헤어지지 않는 돈지갑을 만들고 축나지 않는 재물 창고를 하늘에 마련하여라"(루가 12, 33).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나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그러면 하늘에서 보화를 얻게 될 것이다"(루가 8, 22). 이러한 구절들을 참작해보면 하느님 앞에 인색한 사람이란 다름 아닌 가난한 이웃에게 희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때문에 오늘 복음이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그것은 우리에게 생명을 보증해주고 우리의 미래를 보증해 주는 것은 우리 삶의 태도에서 드러나는 재물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보다는 재물에 대한 탐욕에서의 해방과 가난한 이웃을 위해 돌아서는 하늘에 보화를 쌓는 행위가 바로 우리의 생명과 미래를 보증하는 표가 된다는 것이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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