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단이 예언한 왕위 계승권에 대한 중요한 사적(史的)증거를 통해 다윗 왕이 죄의 엄청난 대가를 치르는 결과와 함께 인간의 위대성과 비참성 그리고 나약함을 보고자 한다.
다윗 왕가의 역사를 읽으며 놀라게 되는 것은 애정과 증오, 음모, 명예욕, 교활함 등의 적나라한 서술을 통해 짙은 세속성을 볼 수 있다. 다윗의 범죄는 물론, 첫아들 암논이 방종으로 희생되는 것이며, 복수심과 함께 그의 야망에 의해 압살롬이 부왕 다윗에게 반기를 들다 비참하게 죽는 것 등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있다.
압살롬이 암논을 죽인 외적인 동기는 다윗의 맏아들 암논이 이복 누이 다말을 사랑하다 못해 계략을 꾸며 욕을 보이고는 곧 버리자 다말의 오빠 압살롬이 암논을 살해하고 도망하는 것으로 복수를 한다. 그러나 그 다음에 전개되는 사건의 전모를 보면 압살롬의 의도는 왕위 계승의 경쟁자를 없애는데 주목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13, 23~38).
피신한 압살롬을 다시 불러들여 왕과 화해시키는 데는 요압이 주된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나단처럼 여인을 시켜 왕가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설명케 한다(13, 39 ~ 14, 33).
압살롬은 4년 동안이나 계획하여 은밀히 몇몇 북부 지파들의 협조를 얻어 헤브론에서 부왕에게 반기를 든다. 그 결과 다윗은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15장).
비탄에 잠긴 다윗왕이 자신의 왕도에서 축출되어 키드론 개울을 건너서 올리브산에 올라간 여정에는 그를 따르는 백성들이 곡을 하면서 함께 한 행렬이었음을 전해 준다 .
이 행로에서 그 후 일 천년이 지나 또 한 차례의 슬픈 여정이 이루어졌으니 이는 바로 우리의 주님께서 걸으신 수난의 여정인 것이다. 주님은 이 여정의 끝인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우리를 성부와 화해시킴으로 영원한 왕국을 성취하셨다.
다윗이 아들 압살롬에게 쫓기는 몸이 되어 피난길에서 겪었던 갖가지 고난을 겪는 다윗의 태도는 우리를 주목하게 한다. 다윗에게 한 가지 힘이 있다면 『야훼께서 건져 주시겠지』라는 야훼께 대한 굳은 신뢰심이다. 난을 피해 가는 길에 만난 사울의 친척 시므이의 치욕적인 언동에도 『야훼께서 나를 욕하라고 보낸 사람』(16, 5~13)이라고 견뎌내는 다윗, 그는 이것이 전혀 무근한 박해라고 여기지 않았으며, 자신의 운명을 겸손과 포기로 야훼의 손에 맡긴다. 그의 죄과로 오는 수모를 받아들임으로써 하느님의 정의를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분의 은총에 전폭적으로 자신을 맡긴다.
아버지 다윗을 배신하고, 자신을 죽이려고 반란을 일으킨 아들 압살롬 이었지만 아버지의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다윗은 『압살롬은 아직 철이 없으니 나를 보아서라도 너무 심하게 다루지 말라』(18, 5)고 당부하였다.
그러나 압살롬은 아버지를 죽일 아히도벨의 계획을 거침없이 받아들인 것(17, 1~3)을 보아도 압살롬의 불효가 어느 정도인가 알 수 있다. 결국 압살롬은 비참하게 죽는다(17, 1~3). 성서 저자는 압살롬의 죽음, 실패가 우연한 것이 아니라 야훼의 주도권, 그분의 뜻에 달린 왕권을 그 스스로 차지해 보려던 어리석음에 기인한 것이라고 암시한다(17, 14. 18, 19. 28).
압살롬의 죽음 후에 다윗이 예루살렘으로 귀환한다. 다윗은 왕위에 다시 오르면서 다른 왕들이 흔히 하듯이 복수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오히려 왕은 그들을 관대히 대해 준다.
다윗이 왕위에 복귀는 했지만 북부지방 이스라엘과 남부 유다 지파 사이의 알력은 더욱 노출되고 이것은 후에 여로보암에 의한 결정적인 남북의 분열(1열왕기 12장)을 예고한다. 다윗 왕국의 역사를 통해 인간사에 있어서 일어나고 있는 끊임없는 분열과 모반이 증대하는 가운데서도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는 지속됨을 알 수 있다. 구원의 역사는 하느님의 백성인 우리의 역사이며,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새 역사를 창조하는 계기를 마련 해 준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