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영 백서 진본을 전시한다는 기사가 눈길을 끈다.
200년전 충북 배론의 한 토굴에서 백척간두에 선 교회를 구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한 자 한 자 써내려 갔을 귀중한 문서다. 교황청 민속박물관에 온전히 보존되어 있음도 고마운데, 200년이 지난 지금 그 문서를 직접 볼 수 있다니, 그 기대감이 약간의 떨림으로 다가온다.
백서(帛書)는 비단에 씌어진 글을 뜻한다. 황사영 백서는 가로 62㎝에 세로 38㎝의 흰 명주에 붓글씨로 씌어졌다. 모두 122행 1만3311자에 달하는 장문이다. 서론에서는 1785년 이후 교회의 사정과 박해 발생에 관해 간단히 설명하고 있다. 본론은 전체의 70%에 해당하는 양으로 신유박해의 전개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특히 권철신 강완숙 등 순교자 30여명의 체포와 죽음을 증언하고, 주문모 신부의 활동과 자수 및 죽음에 대해 상세히 밝혀주고 있다. 결론에서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당시 조선의 종주국인 청의 위력에 의존하거나 서양의 무력시위를 통해 신앙의 자유를 얻는 방안을 제시해 오늘날 논쟁의 초점이 되고 있기도 하다.
어쨌던 조선교회 최초의 대대적이고 전면적인 박해를 보고 겪으면서 떨리는 손으로 적었을 이 문서는 의금부에서 보관해오다 1894년 우연히 발견돼 당시 조선교구장이던 뮈텔 주교에게 전달됐다. 뮈텔 주교는 1925년 로마에서 거행된 조선순교복자 79위 시복식 때 이 자료를 교황 비오 11세에게 선물하였다.
8월 15일부터 절두산순교박물관에서 개최하는 특별전시회 「신앙의 향기」에서 만나는 황사영 백서를 통해 200년전 박해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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