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에게는 반드시 부부가 함께 여행한다는 대원칙이 있습니다. 물론 여행지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배려하고 서로를 기쁘게 해주도록 노력해야 의미가 있지요. 배낭여행을 할수록 세계는 넓어지고 부부사이는 가까워집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부부배낭여행가 1호 김현(63·요셉·금곡동본당)-조동현(60·요셉피나)씨 부부. 배낭여행이란 말이 낯선 당시부터 부부배낭여행으로 세간의 화제가 됐던 이들 부부는 60대의 나이에도 불구, 아직도(?) 새로운 세계를 향한 여정에 올라있다.
열흘간의 여행을 위해 1백일을 준비하는 철저함, 부부간의 역할분담과 협력, 카메라와 소형녹음기로 매일의 일정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습관, 다년간의 경험으로 엮어낸 책과 활발한 강연활동 및 수상경력 등으로 이들은 이미 모르는 이가 드물 정도로 인기 있는 여행가다. 지금껏 각종 방송, 신문, 잡지 등 언론매체와 인터뷰한 것이 벌써 150여 차례.
50여 차례 143개 나라
이들 부부의 「길 위의 인생」은 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94년 김씨가 32년간의 방송생활을 접은 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해외여행 자유화 금지로 부부 동반 여행이 쉽지 않았던 때부터 김씨는 여행가로서의 제2의 인생을 꿈꿔오며 10년 이상 여행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왔다. 김씨 부부가 함께 떠난 횟수는 50여 차례, 가본 나라는 143개국.
99년 조씨가 교직을 은퇴하고 나서는 더 자주 여행할 수 있게 돼 최근에도 이탈리아 지역을 다녀왔다. 두 부부는 KBS의 「세계는 넓다」 프로그램에 출연, 「60대 부부의 이탈리아 배낭여행」이란 제목으로 이번 여행중 직접 찍어온 아름다운 풍광과 흥미있는 풍물들을 3회에 걸쳐 소개하기도 했다.
항상 먼저 찾는 곳은 성당
『어디를 가든 제일 먼저 찾는 곳은 성당입니다. 성당에 가서는 성체조배와 촛불봉헌을 하죠. 유럽의 경우에는 성체조배 후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도 하구요. 예전에는 사제인 큰아들을 위해 기도했는데 이제는 저희 내외를 위해서도 기도하게 되더군요』
이렇게 말하는 김씨는 KBS 가톨릭교우회를 창립하고 가톨릭언론인회 회장, 전국평협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교회 내에서의 봉사활동 또한 활발히 했다. 현재는 한국방송인동우회 부회장, 관광·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검소한 여행 조촐한 살림
『저희 부부는 가난을 서약한 프란치스코 재속회원이자 사제의 부모로서 「여행가」로 불리는게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대부분 사람들이 해외여행 기회를 자주 갖는 것도 아니고 자칫 호화판 여행을 떠올릴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기내식에서 남은 음식으로 끼니를 때울 만큼 검소하게 여행한답니다』
김씨 부부의 살림살이가 예상외로 조촐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30년 된 책장과 25년 전에 산 소파를 가리키는 부부의 정겨운 모습에서는 여행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이를 삶의 선물이자 기쁨으로 삼고자 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진정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는 그 외의 모든 것을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이들은 말한다.
『여행지에서의 감동만큼 큰 기쁨은 부부가 함께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설령 떠나지 못하더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미지의 세계를 그리고 동경하는 상상의 여행 또한 매우 소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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