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어떤 모임이나 단체에 이름을 붙일 때, 그 모임이나 단체가 가진 특성이나 지향을 드러내는 작명을 하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 이름만 들어도 어떤 모임인지,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알게 된다. 그러나 최근 10여년간 우리는 「소공동체 운동」이라는 말을 가끔 혹은 자주 들으면서도 「그것이 무엇인가」라는 개념 파악 조차 미흡한 것 같다. 소공동체라는 말이 어떤 특성이나 지향을 담고 있지 않아서, 고유한 모임이나 단체를 지칭하는 지, 아니면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소공동체를 말하는 지조차 혼돈 될 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소공동체란, 말 그대로 작은 공동체 혹은 작은 모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외형적인 모습으로만 본다면 기존의 반모임, 기도모임, 성서모임, 같은 직장이나 직종에 종사하는 신자들의 모임(신우회) 등등 뜻을 같이하거나 환경을 같이 하는 소수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본당이나 교구 산하의 신심·액션단체를 모두 포괄하는 용어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굳이 이들 제 단체들과 차별화하여 「소공동체」라는 용어를 강조하고 있다. 즉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의미의 소공동체가 아니라 특정 모임 나아가 고유명사로서의 「소공동체」를 말하는 것이다. 소공동체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본다.
공동체란 세상을 복음화해야 할 교회의 본질을 의미한다. 즉 교회는 세상 안에 하느님 나라를 세우기 위해 그 수단으로서 공동체를 먼저 건설하도록 사명을 부여받았다. 교회의 본질인 공동체란 그 구성원이 서로 인격적인 사귐과 나눔을 실행하며 생활 전반에 걸쳐 긴밀한 유대관계 속에서 사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기존의 반모임과 소공동체의 관계이다. 많은 신자들이 반모임과 소공동체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가지를 반드시 다르다고 할 수 없다. 소공동체나 반모임이나 신자들이 모여서 신앙을 나누는 모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금의 반모임을 보다 발전시킨 것이 소공동체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교회에서 소공동체가 성장하지 못한 것은 소공동체의 경우 자발적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초대하고 그분의 빛 안에서 복음 나누기를 하며 그 결과로 이웃을 위한 사도직 활동을 전개하는데 반해, 반모임은 자발성이 부족하고 이웃을 위한 사도직 활동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특히 소공동체는 그 자체가 교회라는 의식으로 움직인다면, 반모임은 본당의 행정조직으로서 운영돼 왔다.
그 자체가 교회
소공동체는 지역 사회의 이웃들에게 폭넓게 개방되어 있어 비신자들과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나눔 실천에도 적극 앞장서고 있다. 세상안에 있는 교회로서 『서로 사랑함으로써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라』는 주님의 계명을 따르며 일상 생활의 삶의 현장에서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바로 소공동체이다. 따라서 현재 각 본당의 반모임을 소공동체로 승화시켜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사목적으로 구현한 소공동체. 이 운동의 활성화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을 복음화시키고 신앙과 삶이 하나가 되는 기쁨을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 관계자들은 삶의 현장과 복음이 결합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장으로 소공동체를 꼽고 있다. 지금처럼 본당의 대형화 등으로 인해 신자들간의 인격적 만남과 유대감이 상실돼 가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소수의 사람들이 형제적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소공동체가 필요하다 할 수 있다.
네가지 요소 필요
그렇다면 소공동체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일반적으로 소공동체는 네가지 요소를 필요로 한다. 첫째, 신자들이 모이는 것이다.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신앙인들이 모여서 신앙을 나누고 어려운 이웃을 돌봄으로써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계명을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공동체 구성원은 가까운 이웃과 만나며 한곳에서 모임을 갖지 않고 서로를 더 잘 알기 위해 돌아가면서 구성원 집을 방문해 모임을 갖는 것이 통상 기본 운영방식이다.
둘째, 모임의 기초는 복음나누기이다. 모이기만 한다고 공동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을 초대해 그분의 말씀을 듣고 인격적으로 그분을 만나는 복음나누기가 전제돼야 한다. 일반모임과 소공동체의 차이도 여기에 있다.
세 번째로 소공동체는 활동이다. 함께 모여 복음을 나누고 그 지역 안에서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 실천하려고 나누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사도직 활동을 통해 공동체는 세상과 만나게 되고 세상을 하느님 사랑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본당 운영에 참여
마지막으로 소공동체는 보편 교회와 일치해야 한다. 각자의 공동체는 서로 다른 공동체를 방문하며 또 본당과 밀접히 연결돼 있어야 한다. 아울러 소공동체에서는 본당 사목협의회에 그들의 대표를 보내 꾸준히 본당 운영에 참여하는 한편, 본당 사목자들은 본당과의 더 강한 유대를 맺도록 하기 위해 소공동체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회 전문가들은 향후 소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 신앙인의 영성이 쇄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모임의 영성 ▲나눔의 영성 ▲봉사의 영성 ▲일치의 영성 강화에 앞장설 것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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