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가 교구 내 전 신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노드 평신도 의견 수렴 결과가 발표됐다. 186개 본당에 16만3877명의 신자들은 향후 교구 시노드에서 다뤘으면 하는 내용을 5가지 이내로 제안했다.
지난 6월 17일 대대적으로 평신도 의견 수렴을 실시한 서울대교구는 주일학교 학생(20대 미만)과 청년 및 성인신자(20대 이상)으로 나누어 결과를 분석했다.
이번 평신도 의견 수렴은 여러 가지 면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우선 무려 16만명이 넘는 신자가 참여했다는 것도 교회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일 뿐 아니라, 교구가 전 교구민들의 진솔한 의견을 제대로 짚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본지는 이번 의견수렴을 통해 드러난 특징과 지난번에 발표된 성직자, 수도자 결과를 비교 분석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서울대교구 신자들은 어떠한 부분의 변화와 쇄신을 바라고 있는지 진단해본다.
청소년 사목 변화 희망
20대 미만 주일학교 학생의 의견 수렴을 통해 청소년·청년 사목(40.9%), 교회 운영(20.8%), 전례·신심(20%) 등 3가지로 이들의 관심사를 압축할 수 있다. 대상이 청소년들이었던 만큼 주일학교와 관련된 제안들이 가장 많이 나왔다.
총 2만3548건이 지적돼 우선 순위로 꼽힌 청소년·청년 사목 영역 안에서도 특히 청소년 사목에 대한 제안이 최고치를 보였다.
또한 1만2008건으로 두 번째인 교회 운영 제안에서는 시설관리와 운영에 대한 내용들이 가장 많았으며, 1만1507건이 제안된 전례, 신심 관련 문제에서는 미사 전례가 우선 순위를 차지했다.
응답자들의 제안 내용을 보면 ▲재미있는 주일학교 교리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화했으면 한다(5375건) ▲주일학교에 대한 물적·인적 지원을 강화했으면 한다(5003건·간식 등) ▲본당 시설을 신자들이 불편함이 없게 개선했으면 한다(4617건) ▲본당 안에 편의 오락시설을 늘였으면 한다(2153건·청소년을 위한 PC방, 독서실, 탁구장 등) ▲주일학교 교리에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1917건) ▲주일학교 특별활동,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했으면 한다(1775건) ▲미사를 좀 더 간소화해 시간이 짧았으면 한다(1569건)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
주일학교 교육 변화 요청
여기서 드러난 결과를 놓고 볼 때 청소년들은 주일학교 교육에 관한 전반적인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에 민감한 청소년들은 기존의 교리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알차고 재미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요청하고 있다.
아울러 본당 사목자를 비롯한 성인 신자들의 주일학교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희망한다는 것을 이번 의견수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한국 교회는 주일학교의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앞으로 우리 교회의 주역이 돼야 할 청소년들이 점차 성당에서 멀어지고 있다는데 대해서 교회 관계자들은 상당한 우려를 해왔다.
이번 결과도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고 시대적 여건과 흐름에 적합한 새로운 교육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의견수렴에서 재차 확인됐듯이 향후 한국교회는 주일학교에 대한 보다 과감한 투자와 이들을 배려한 사목적 방안이 재조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교회의 노력과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코 우리 교회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교구 시노드 사무국 부국장 박선용 신부는 『앞으로 청소년 사목 곧 주일학교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주일학교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설 확보 및 편의시설 확충과 미사를 엄숙하면서도 기쁘게 봉헌할 수 있는 전례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을 이번 결과로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례·신심 관련 제안 많아
20대 이상의 성인신자들은 어떠한 영역에서의 쇄신을 희망하고 있을까? 현 교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연령층이라 이들의 의견에 관심이 모아진다.
성인 신자들은 ▲전례겱탐?15.4%) ▲선교(14.1%) ▲소공동체 사목(13.4%) ▲교회운영(11.8%) 등을 이번 시노드에서 다뤄야 할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자 재교육 강화(10.7%)와 청소년 사목(7.6%) 그리고 신자들간의 친교와 일치(7.3%)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이와 함께 이번 결과를 단일 건수로 우선 순위를 매겨보면 냉담자 문제(8712건), 신자 재교육겲煐봇 관한 문제(7834건), 가난한 이들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7718건), 신자들간 친교와 일치 문제(6729건), 성서 교육 활성화(6614건), 소공동체 활성화 문제(6356건), 청소년 사목 문제(5453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하느님 백성의 신원 및 역할(9.6%), 단체 사도직 활동(3.2%) 등에 관한 의견도 나왔다.
신자 재교육에 대한 갈망
이번 성인 신자 의견수렴을 통해 4가지 부분을 조명해 볼 수 있다. 우선 사목적 관심이다. 응답자들은 무엇보다 신자 재교육에 대한 갈망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즉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신앙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달라는 것이 요지다.
이 문제는 그동안 여러 곳을 통해 제기된 바 있는 문제로, 교회가 신자들의 이러한 바람을 적극 수용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재교육 프로그램을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청소년 사목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큰 만큼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과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가는 한편, 신자들간의 친교와 일치를 위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그리고 냉담자를 위한 대책과 소공동체와 선교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상당수 응답자들이 의견수렴에서 보여 주었다.
이밖에 성인 신자들은 성직자의 권위주의 지양을 포함한 성직자의 쇄신에 대한 제안과 가난한 이들의 교회가 되기 위한 교회의 정체성 문제도 지적했다.
여기서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소공동체 활성화에 대한 신자들의 기대감이다. 한국교회는 10여간 소공동체 운동을 실시해오며 각 교구 여건에 적합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
더욱이 최근 소공동체 전국 모임을 처음으로 가지며 이 운동을 확산시켜 나가기 위한 결의를 다진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대교구 내 많은 신자들이 소공동체 운동에 대해 깊은 관심과 희망을 보여주었다는 자체만으로도 향후 교구 안에서 이 운동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
또 한가지 특징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로 거듭나자는 제안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는 괄목할만한 교세 성장으로 인해 본당이 대형화되고 신자들간의 친교와 유대가 떨어지는 상황과 맞물려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관심과 배려가 부족하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성직자·수도자 의견과 비교
평신도 의견 수렴에 앞서 실시된 성직자와 수도자 의견 수렴 결과와 대체로 많은 부분에 있어 대동소이 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성직자들의 경우 교구 운영, 성직자, 청소년·청년 선교, 교육, 사회사목 등을 지적한 반면, 수도자들은 성직자, 청소년·청년 교육, 수도자, 교회의 정체성, 사회사목 등을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중에서 이 세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개진한 영역에는 청소년·청년 선교, 교육, 사회사목, 교회의 정체성, 성직자 등 다양하다. 그만큼 교구 주요 관심사에 대한 생각들이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청소년·청년사목과 교육, 성직자 문제 등에 대한 변화와 쇄신의 기대는 대단히 높다. 향후 서울대교구는 이 점을 주목하고 향후 시노드 의제 선정에 적극 반영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회 한 관계자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공통적으로 같은 의견을 제시한 영역에 대해서는 반드시 재고해서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히고 『교구 전 구성원들의 기탄 없는 목소리를 한꺼번에 들을 수 있었다는데 의미가 있고 이를 잘 수합해 교구 발전의 큰 기틀을 마련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진행 절차
서울대교구는 올 한해 동안 교구 자체 진단에 심혈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교구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이 추진됐다.
시노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교구민들의 의견을 효율적으로 수합해 보다 발전적인 방안을 마련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서울대교구 시노드 준비위원회는 이렇게 수합된 의견 수렴 결과를 1차적으로 각 포커스 그룹에서 평가를 하게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8월에 성직자 위원 모임을 비롯해 수도자, 평신도 포커스 그룹 모임이 잇달아 열려, 자체 평가를 갖게 된다.
이어 1차 평가가 끝나게 되면 각 분야의 전문가 그룹인 연구위원단에서 2차 평가를 실시한다. 그리고 2차 평가 후 집행위원회에서 최종 평가를 실시, 평가서를 작성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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