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후 피임약」의 시판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한 약품회사가 프랑스에서 개발된 사후 피임약의 수입 허가를 신청했다. 사후 피임약은 성 관계후 72시간 내에 복용하면 수정란의 착상을 막아 결국 수정란을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약품이다. 따라서 교회는 이에 대해 「조기 낙태약」으로 규정하고 종교계 및 시민단체들과 함께 결코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이창영 신부 참석
최근 MBC TV 시사교양 프로그램 「100분 토론」에서는 사후 피임약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는 주교회의 사무차장 이창영 신부가 참석해 이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결코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를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근본적인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는 것이었다.
사후 피임약의 시판을 허용하는 주장의 대부분이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해 낙태를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론으로 또 다른, 더욱 손쉽고 편리한 낙태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창영 신부는 토론에서 이와 관련해 『방법과 본질을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면서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불변의 진리를 외면한 채 피임이나 편리하게 개발된 새로운 낙태 수단을 선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사후 피임약의 수입과 시판을 허용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먼저 한해 낙태건수가 200만건에 달하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이 약의 시판을 찬성하고 있다. 시판 찬성 입장인 김창규 산부인과 전문의는 사후 피임약이 『선진국에서 여성의 모성보호를 위해서 쓰여지고 있다』며 그것으로 인해 『낙태 건수가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여성학자인 이숙경씨는 시판을 허용해야 한다며 낙태가 줄어드니까 훨씬 더 안전하고 그런 의미에서 사후 피임약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여성들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창영 신부는 사후 피임은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간 생명 그 자체, 배아를 파괴하는 행위로 낙태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약품이 시판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낙태반대운동연합 실행위원이자 산부인과 전문의인 박성철씨 역시 이 약품이 낙태약임을 지적하고 시판을 허용할 경우 생명경시풍조, 성문란 등을 조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신부는 낙태와 관련해서 원치 않는 임신이 왜 이렇게 많은가 하는 문제를 진단하는데 있어서 피임 방법을 모른다거나 제대로 피임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진단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면서 보다 근원적인 문제, 즉 『책임 있는 사랑, 책임 있는 자유에 대한 교육』을 강조했다. 이신부는 특히 토론을 마친 뒤 이날 토론회에 대한 소감을 언급하면서 현재 우리 사회에서 생명 문제와 관련해 가장 시급한 일은 「생명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영 신부는 이날 토론에서 결론적으로 『생명권 앞에서 우리가 타협할 수 있는 제안은 없다』며 『생명권, 생명이라는 가장 숭고하고 존엄한 명제 앞에서 우리는 그 자체를 숭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