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인내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 그 존재들과 당당히 맞설 수 있도록 힘을 보탠 것뿐인데…"올림픽 메달리스트. 아이들에겐 너무나 커 보이는 꿈, 그것도 청각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이 그 꿈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용기를 심어온 송영호(베드로·40·세종로본당) 교사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찬사를 제자들과 주위에 돌리며 드러나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지난 7월 22일부터 8월 1일까지 11일간 전세계 약 70여개국의 농아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19회 세계농아인올림픽대회에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한 송씨는 남녀단체·여자복식에서 금을 일궈낸 것을 비롯해 혼합복식혼합복식·여자단식 은메달 등 총 7개의 메달을 획득해 한국이 종합 7위를 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한국 대표단이 이번 대회에서 획득한 14개 메달의 꼭 반을 송씨의 제자들이 따낸 셈이다.
국립 서울선희학교 체육교사로 재직 중인 송씨에게 이번 대회는 자신의 두 가지 꿈 가운데 하나를 이뤄낸 장이기도 하다. 대회에 참가한 모든 이들에게 연금수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과 청각장애학교간에 상시적인 베드민턴대회를 여는 것이 송씨의 자칭 거창한(?) 꿈이다.
이미 지난 89년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애화학교에 청각장애인 배드민턴팀을 창단하는 등 장애계에서는 배드민턴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송씨는 99년에 옮겨온 서울선희학교에서도 배드민턴팀을 만들어 대표급 제자들을 길러온 일꾼으로 소문이 나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 장애인스포츠 현실에서 지난 97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청각장애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4위라는 성적을 일궈낸 것도 그의 집념이 없었으면 힘든 일이었다는 게 주위의 말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지난 99년부터 매달 하루씩 미리내성지를 방문해 자신을 돌아보는 피정의 시간을 갖는가 하면 학생들에게 꽃동네 체험활동을 시키기도 하는 송씨에게서 '십자가를 나눠질 줄 아는 교육'관이 흘러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청각장애를 지닌 제자들, 그래서 받을 줄만 알며 커오던 아이들에게 나누는 법, 함께 하는 삶을 심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지극한 제자 사랑은 아이들과 학부모들 사이에 뿌리내리기 시작했고 변화로 드러났다. 그래서 지금은 아이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새로운 시작은 늘 큰 축복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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