넙적한 오동나무잎으로/빗방울을 가리고/풀벌레며 황소 울음소리가 정겹다.
아름다운 초록빛이/점점 변해간다는데/언제까지 말만 할 것인지.
아끼고 가꿔야할 것/더불어 살아가야 할 것들이/너무나 많은데…
푸르름 가득한 깊은 산 언저리 계곡 주변. 높디 높은 콘크리트 벽을 벗어난 아이들은 마냥 신났다. 온가족이 한데 모여 여유를 갖는 것도 참 오랜만. 사회에서는 이들을 유혹하는 재미나고 특이한 여러 놀이들도 많았지만 물 맑은 경북 봉화 우곡성지로 모여든 이들은 「하느님 보시기 좋은 모습」을 선택했다.
보리, 수수, 나락 삼형제 쌀집 가족, 화령의 큰 벌판 한들네, 아름다운 하늘처럼 사랑하는 하늘빛 사랑, 녹색환경에서 살고프다는 녹색가정, 깨끗한 환경에만 살길 바라는 해오라기, 들꽃 가족, 은하수 가족, 반디가족, 봉창가족…. 8월 11~12일 열린 「초록빛 교실」에 함께한 가족들이다. 서울에서, 상주에서 각기 사는 곳은 달랐지만 모두들 아름다운 생명과 환경을 보호하는 마음에서 가족들의 이름을 짓고 한데 모였다.
「초록빛 교실」은 생명·환경을 보호하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갖고,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작은 일부터 실천하고자 안동교구 생명·환경 연대 처음으로 마련한 가족 생태캠프.
20가족 100여명의 참가자들은 우곡성지 계곡에 사는 여러가지 곤충, 물고기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들도 배웠다. 또 주변 산야에 흐드러지게 핀 들꽃을 찾아다니고 표본을 만들기도. 이종은·변화근·정규영 교수 등 전문가들의 재미나고 알기 쉬운 설명도 곁들여졌다.
우곡 성지는 우리 나라에서 몇 안되는 청정지역 중 하나. 물은 물론 그냥 마셔도 되는 1급수라 아주 맑다. 물이 너무 맑아 물고기 종류가 손에 꼽을 정도다.
아이들에겐 물잠자리며 사마귀, 사슴벌레, 노린재, 풀무치 등등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곤충들을 만난 흥미롭고 귀한 실습시간이 됐다. 반딧불이는 날씨가 선선해져 볼 수 없는 아쉬움도 있었다.
전세계에 살고 있는 식물은 약 20만종. 우리나라에는 4500여종이 살고 있다고 한다. 노란 달맞이꽃, 자주빛의 칡꽃, 파리가 앉은 모습 같이 생긴 파리풀, 진한 향의 산초, 도깨비부채, 좀깨잎나무, 누리장나무, 족제비싸리, 야생산수국…. 이름만 읊어보는 것도 큰 재미였다.
갑자기 내린 빗방울은 오동나무 잎으로 가리기도. 어른들도 옛 추억을 떠올리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식사는 유기농 잡곡밥에 된장국, 무공해 채소·과일 등등. 전기밥솥에선 좀처럼 맛보기 힘든 누룽지도 한끼 식사로 충분했다.
먹거리에 대한 올바른 자세, 지구의 환경오염 상황에 대해서도 나눔을 가진 이들은 생활 안에서 말처럼 잘 지키지 못한 실천사항들도 한가지씩 다짐했다. 비누로 머리감기, 가까운 거리 걷기, 음식쓰레기 줄이기, 분리수거 더 잘하기 등등.
초록빛 교실에 참가한 이들은 한결같이 '더불어 사는 삶'을 다시금 배웠다고 했다. 맑은 공기, 물고기, 들꽃, 동물들이 살 수 없는 세상엔 사람도 살 수 없음을.
▲ 가족 생태캠프에 참가한 이들이 계곡에서 버들치 등을 잡으며 신기해하고 있다.
▲ 둘째날엔 들꽃 등을 채집·표본하는 시간을 가졌다.
안동교구 생명·환경연대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생명을 살리는 작은 실천을 함께 하고자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홀로 실천하기 힘들 땐 함께 하면 더욱 기운이 날 듯.
홈페이지(www.lifejoin.org)에는 작은 것을 귀하게 여기고 생명을 살리며 사는 사람들, 땅을 살리며 사는 사람들의 땀 내음이 묻어난다
이달의 실천할 몫, 사진과 함께 엮어나가는 들꽃사랑 이야기, 각종 무공해 음식 소개는 물론 조리법도 알려주는 밥상살리기, 아나바다 장터 등 내용도 다양하다.
환경지킴이의 첫걸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