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듣는다」
서울대교구는 하느님 백성의 각 구성원인 성직자 및 수도자, 평신도의 의견수렴 작업을 5~6월에 걸쳐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시노드에서 다뤘으면 하는 내용들을 제안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의견 수렴은 교구 현실진단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는 시노드의 출발점이 교구민들의 민의수렴에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시노드 개최를 위한 중요한 과정이었음에 틀림없다.
이번 시노드 의견 수렴의 참여 인원과 제안건수를 살펴보면 교구 사제 252명에 1335건수, 수도자 1522명에 7195건수, 일반신자 16만3877명에 31만1153건수(20세 이상)·7635건수(20세 미만) 등으로 나타났다.
이번 결과를 전체 종합해보면 △성직자(16.48%) △청소년·청년(11.11%) △교육(10.63%) △교구운영(9.37%) △사회사목(8.61%) △선교(8.50%) △교회 정체성(6.58%) △본당운영(6.50%) 등의 영역에 교구민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성직자 관련 문제는 성직자, 수도자, 일반 신자들 모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의견수렴 결과로 확인할 수 있다.
성직자 관련 제안에서는 성직자들의 내적 성숙 및 정체성 확립 등에 관한 많은 의견들이 쏟아졌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를 단순히 성직자에 대한 비판과 성토로 볼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성직자에 거는 기대와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교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성직자들이 교구의 쇄신과 발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해줄 것을 바란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아울러 두 번째로 관심을 보인 청소년·청년 문제의 경우 이들의 문제를 더 이상 교회가 방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하겠다.
응답자들은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한 문화 선교의 결핍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하면서, 향후 교회에서 멀어지고 있는 젊은이와 청소년의 관심을 끌기 위한 효율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
이밖에 신자재교육을 포함한 교육 전반에 관한 지적이다. 특히 신자재교육과 양성 문제에 있어서는 교육과 양성을 위한 기회 확대, 성서 교육의 활성화, 그리고 영적 성장을 위한 교육의 강화와 새로운 영세자를 위한 후속 교육 운영 등이 주요한 과제로 꼽혔다.
교육에 대한 이같은 응답자의 바람은 현재 우리 교회가 체계적인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인 동시에 쉬는 신자의 급증 등 교회 안의 심각한 문제들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신자 재교육의 부재」에 있다는 의견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또 한가지 특징은 이번 의견 수렴이 교구 구성원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성직자와 수도자 일반 신자들은 각자의 쇄신과 발전을 가감없이 제안했다.
성직자와 수도자는 각자의 신원과 정체성 확립에 관해, 일반 신자들은 신자 재교육 등을 통한 신앙심 강화에 관심을 표명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번 의견수렴에 대한 각 구성원들의 기대와 바람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이번 전체 의견수렴 과정에서 다소 아쉬운 점도 드러났다. 그중 하나가 의견수렴에 참여하지 않은 본당들이다.
본당 사목자의 관심도에 따라 시노드에 대한 본당 신자들의 열기와 분위기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러한 본당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통해 시노드에 동참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교구에 대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개진할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시노드로부터 신자들의 관심을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성직자들과 남자 수도자들의 동참이 일반 신자들이나 여자 수도자들보다 훨씬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교회 관계자들은 이번 의견수렴과 관련해 △의견수렴 과정이 너무 문제점만을 지적했다 △교회의 미래상 제시는 조금 부족했다 △이번 결과에서 제안이 많이 나온 것을 의제선정에 반영해야 하며 소수 의견이라 할지라도 사안에 따라 받아들여야 한다 △교구, 사제, 사제생활, 사제양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필요하다 △본당 차원의 문제들도 많아 나왔으므로 본당 차원의 쇄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등의 다양한 평가를 제시하기도 했다.
서울대교구가 이번에 단행한 전체 시노드 의견 수렴은 누구나 제한 없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장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교구의 문제점이 무엇이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쇄신돼 나가야 하는지를 조명해보는 기초자료가 바로 이번 시노드 의견수렴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교구민들이 제안한 다양한 의견들은 충분한 평가작업을 거쳐 향후 시노드 의제 선정에 반드시 반영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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