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성 보니파시오
40년 선교에 헌신
폴다 수도원 건립
아일랜드와 영국 그리고 갈리아 지방에서 영성의 꽃이 서서히 피어나고 있을 때 독일 지역에서도 열성적인 사람들의 행적이 드러나고 있었으니 대표적인 인물은 성 보니파시오이다. 영국 출신의 수사로서 40세에 선교에 몸을 바친 그는 40여 년간 한결같이 복음을 전한 선교 영성으로 불타있었다. 그는 718년 대륙 전도의 뜻을 품고 독일에 들어가 라인강가에서 3년간 전교한 후 로마에 가서 주교 임명을 받고 독일로 돌아가 여러 지역에서 눈부신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리고 유명한 풀다 수도원을 세웠다.
로마에 가서 교황사절의 임명을 받고 교황청과 독일 교회의 관계를 돈독히 하였고 교회 내부의 폐습을 쇄신하기 위하여 여러 지역에서 종교회의를 열고 주교좌와 학교를 신설하여 독일 선교의 기초를 튼튼히 하였다. 말년에 이교도에 의해 순교할 때까지 그가 보여준 선교 열의는 가히 영웅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13. 위디오니시오 사상
영성생활의 ‘세단계’ 제시
그리스도교 영성사에서 재미있는 주제들이 많이 있는데 위디오니시오라는 인물도 그 중의 하나이다. 위(僞)는 거짓, 가짜, 허위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를 가짜 디오니시오라고 번역하면 좋을 것이다. 성서에 등장하는 디오니시오라는 인물은 사도행전 17장 34절에 나오는데 주 내용은 이러하다. 사도 성 바오로가 그리스의 아테네에 가서 아레오파고 법정에서 열변을 토하고 나오자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는 바오로의 말을 비웃는 자들이 있었으나 몇몇 사람이 바오로를 지지하여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게 되었는데, 『그 중에는 아레오파고 법정의 판사인 디오니시오를 비롯하여 다마리스라는 여자와 그 밖에도 몇 사람이 더 있었다』 5세기 말경이나 6세기 초에 디오니시오라는 사람을 저자로 하는 「신명론?」「신비신학?」「천상 위계론?」「교계 제도론」이란 책이 나왔는데 내용들이 원시 교회 당시의 것이 아니므로 그 저자가 과연 사도행전에 나오는 그 디오니시오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그 사람 앞에 「가짜」라는 말을 첨가하여 사용하고 있다. 5~6세기 철학을 이용하여 긍정신학과 부정신학을 전개시키는 그 저서들은 이 세상을 부정하고 온전히 초탈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의 신론은 하느님은 인간이 지각할 수 있거나 상상할 수 있는 상(像)으로 알 수 없다는 주장에서 출발한다. 하느님께 대한 상은 오히려 장애가 될 뿐이다. 하느님의 신성은 무한하므로 피조물의 좋은 점들과 비슷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신비적 관상을 통해서만 그분을 알 수 있다. 이 생각에서 신비신학으로 넘어가는데, 그는 하느님께 대한 체험을 강조한다.
그의 사상은 다분히 철학적이며 신비적이다. 단지 그가 영성사에 기여한 큰 공로는 영성생활의 「세 길」또는 「세 단계」이다. 이를 일반적으로 정화, 조명, 일치의 단계로 설명하고 있는데, 가짜 디오니시오는 「천상 위계론」에서 예비 신자, 일반 신자 그리고 수도자가 완덕을 향해 나아가는 단계를 이런 식으로 풀이하였던 것이다.
정화의 단계는 죄의 생활에서 깨끗하게 되어 그런 생활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과정이고 조명의 단계는 한 걸음 나아가 수행을 통하여 그리스도로부터 영향을 받아 그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과정이며 마지막으로 일치의 단계는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그분만을 찾고 영적 기쁨을 누리는 단계인데 가짜 디오니시오는 이를 수행하는 여러 층의 천사들이 하늘나라에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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