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기서 솔로몬의 왕권 주장에는 야훼와 다윗과 그의 가문 사이에 맺어진 계약이라는 새로운 근거가 부여된 것으로 솔로몬의 통치는 무엇보다도 성공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신앙과 지혜를 통해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보고자 한다.
솔로몬의 승계
왕위 계승을 둘러싼 투쟁에서 최종적인 위기를 거친 후 솔로몬이 왕위를 계승한다. 즉 다윗의 말년과 솔로몬의 계승사로 다윗 왕의 말년에 극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1장). 장자가 된 아도니야가 왕위를 계승할 야심으로 잔치를 베풀자 이를 눈치챈 나단 예언자와 바쎄바가 다윗왕에게 선수를 쳐 막내인 솔로몬이 「기혼샘」에서 도유된다(32~33절).
기혼샘은 키드론 계곡 윗쪽에 있는 오늘날의 「초원의 샘 어머니」(Ain Umm ad daray)이다. 키드론 계곡은 다윗이 남동 산악지대에서 점령하여 요새화한 지역인 여부스족의 예루살렘 북부지방 아래쪽에 있다(2역대 32, 30). 이 샘이 전략상으로 얼마나 중요한 지는 그 물줄기를 예루살렘 성안으로 끌어들여 실로암 못과 연결시킨 수로(520m)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히즈키야 왕에 의해 된 것이다(2열왕 20, 20 이하 에제 47, 1~12 시편 110, 7).
다윗은 솔로몬에게 야훼께 충실하기를 당부하고 왕위를 보존하는 방법에 대해 훈계한다. 『만일 네 후손들이 행실을 조심하고 내 앞에서 마음과 정성을 다 기울여 성실히 살아간다면 너에게서 이스라엘 왕위에 오를 자가 끊기지 아니하리라』고 하신 야훼의 말씀을 유언으로 남기는데 이는 신명기 정신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이제 솔로몬은 자신을 거슬리는 정적들을 모조리 제거하고, 선왕이 이룩한 군사적인 성과와 평화와 번영을 유산으로 받아 국력을 정비하는 데 온 정력을 쏟는다. 따라서 그는 구약의 역사 속에서 40년간 통치하면서도 한 차례의 전쟁도 치르지 않은 유일한 왕이었다.
지혜로운 자의 표상
솔로몬이 에집트 파라오의 딸을 아내로 삼은 것은 정치적인 이유이다. 그러나 이방신을 섬기는 여인과 결혼한 것은 후에 솔로몬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솔로몬은 기브온 고지에서 야훼께 제사를 드렸는데 이날 야훼께 지혜를 청한다. 야훼께서는 자신의 부귀나 영광이 아니라 왕을 봉사직으로 알고 백성에게 선이 되는 것, 곧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지혜를 청하는 솔로몬에게 지혜와 모든 것을 「덤」으로 주신다.
솔로몬의 지혜(hokma)는 그의 통치기간에 잘 드러난다. 즉 기브온에서 받은 솔로몬의 계시와 두 여인의 재판에 관한 전승에서의 솔로몬의 지혜는 구체적인 생활 안에서 진리를 분별하고 그 진리를 따라 살아가는 지혜임을 말해준다. 그의 지혜에 대한 칭송은 그가 후대에 와서 지혜로운 자의 표상이 되는 것으로 증명된다.
이는 우가릿 문서에서도 왕이 담당한 기능이었다. 여기서 아람어 「hakama」란 동사가 「판결을 내리다」를 뜻하고 「hakim」이란 분사형은 「통치자」를 뜻하는 사실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지혜」는 관련사실에 대한 지식이자 그 지식을 사용하는 분별력이며 최종적으로 성공을 가져오는 통치 능력을 가리킨다.
이렇게 4, 5장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최고의 황금시대를 이룬 솔로몬의 왕국에 대한 이야기이다. 솔로몬은 부왕 다윗의 능란한 정치와 군사적 승리를 유산으로 받았기 때문에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또다시 전쟁을 할 필요가 있었고 당시의 유리한 국제정세 덕분에 다른 과업에 자신의 정치적 수완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
지금 하느님께서 솔로몬왕에게 묻듯이 『네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무엇을 청할까? 열왕기를 통해 나에게 접근해 오시는 하느님께 나는 어떤 응답으로써 그분과 인격적 만남을 할 수 있을까? 이를 음미하는 것도 성서를 생활화하는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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