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순교자 성월」이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103위 한국 순교성인들을 특별히 공경하고, 아직 성인 반열에 오르지 못한 한국교회 초기 순교자들과 1만여명으로 추산되는 무명 순교자들의 공덕을 기리는 달이다.
특히 9월 순교자 성월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가 순교자의 삶을 본받아 좀더 나은 신앙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다짐하는 「쇄신」의 시기이기도 하다. 한국교회의 뿌리가 순교자들에게 있음을 상기하고, 그분들의 삶과 신앙을 배우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한국교회에서 순교자 성월이 시작된 것은 1925년 7월 5일 로마에서 거행된 기해·병오박해 순교자 79위의 시복식이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듬해 8월 한국교회는 복자들이 가장 많이 순교한 9월 26일을 「한국 치명 복자 79위 첨례」로 정하고 순교 복자들을 현양하도록 했다.
한국교회 대표 영성
이렇듯 초기교회 신앙선조들의 피와 땀이 밑거름이 돼 세워진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영성으로 「순교 영성」을 꼽을 수 있다. 순교 영성이란 하느님을 증언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것, 자신을 희생하여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증거자의 정신이다.
먼저 순교 영성을 이해하려면, 순교에 직면했을 때 선뜻 자기 목숨을 내놓을 수 있었던 신앙 생활의 원리가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즉 영성생활에 적합한 순교자적 정신과 신앙적 덕행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순교의 영예가 하루 아침에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순교자들은 평소에 하느님을 체험하는 삶을 살았다. 하느님의 사랑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크고 강하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순교의 은총을 얻게 된다.
그렇다면 순교 영성을 오늘날 어떻게 생활화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박해시절의 신앙 선조들처럼 목숨을 칼 아래 내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제나 주님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고 목숨까지 바칠 자세로 일상에서 순교자적 결단을 내리며 믿음의 삶을 살아야 한다.
일상의 순교자적 결단
영성신학자인 박재만 신부(대전 대흥동본당 주임)는 『순교자들이 희생, 극기, 헌신적 봉사와 애덕 실천 등의 자기 수련을 통해 순교의 은총을 준비하였듯이 오늘날 신앙인들도 복음적 삶 안에서 매일 매순간 각자의 십자가를 기꺼이 지는 것이 순교를 위한 기본 자세이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매일 알맞은 기도 시간을 갖고, 성서읽기, 묵상, 성사 생활, 피정 등을 통하여 영성생활을 쇄신시킬 수 있다. 또 순교자적 삶은 감사, 기도, 기쁨, 사랑의 삶이다. 이러한 삶은 순교 정신을 본받는 것인 동시에 오늘의 순교 영성을 되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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