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카롤링 왕조 시대의 교회와 영성 (1)
야만족들의 침입 또는 민족들의 대이동으로 일컬어지는 혼란기로 인해 로마 제국의 질서는 무너져갔으나 그래도 질서정연한 조직체는 교회뿐이었다. 이 때 성 보니파씨오의 축성을 받고 프랑크의 왕이 된 페핀이 등장한다. 그의 아들 칼 대제(또는 샤를르마뉴)는 이 카롤링 왕조의 중심 인물이자 교황청과 밀접한 관계를 이룬 장본인이다. 이 황제의 통치는 64년 동안 지속되었는데, 800년에 황제로 즉위하여 814년에 사망할 때까지 수도원 운동이 사방에서 일어나 새로운 교회 구조가 생겨난 시대이다. 그러므로 카롤링 왕조의 100년간은 서방 그리스도교가 프랑크인들의 지배적인 영향하에 정착된 시기였던 것이다.
카롤링 왕조의 목표는 페핀의 정책을 이어받아 그리스도교와 로마 제국의 쇄신이었다. 새로운 질서는 교회의 가르침에 의해 통치되는 그리스도적이어야 했고 창조한다기보다는 쇄신하고 개혁하며 복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하여 행정적으로 일치된 제국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무시할 수 없었으므로 타협의 여지는 언제나 남아 있었다. 가장 강한 영향력은 교황 그레고리오와 옛 수도원 스승들이었다. 이 때의 영성은 수도원 중심이며 그의 아들 경건한 루이 황제 때도 이 운동은 지속되었다. 800년에서 820년 사이 이탈리아의 수도원들을 제외한 기타 수도원의 수는 제국 전역에 600개나 되었다. 마치 우리 나라 역사에서 통일 신라 시대부터 고려 중엽까지 전국적으로 사찰들이 수없이 늘어난 경향과 비슷했다고나 할까. 수도원의 종류도 다양했다. 도시에는 왕립 공동체들, 시골에는 일반 수도원들이 있었다. 변두리 지방의 수도원들은 지방 귀족의 소유지로서 단순한 수도원들이었다.
그러나 수도원들은 새 시대에 맞게 조정되고 다양한 삶의 형태가 보다 뚜렷하게 드러나기 시작하였으며 다양한 형태의 삶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지적 혁명을 위한 의식적인 희망이 상당한 수준의 문학작품을 만들어 내는 시대이기도 하였다. 이 시대의 영성적 특징은 무엇이었는가? 중요한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평신도 영성의 부상
이 시대는 무엇보다도 평신도들의 영성이 부각되는 시대였다. 시대가 점진적으로 안정되어 가자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참회자들, 봉헌자들 그리고 열심한 신자들의 단체들이 많아져 조직되어 나갔다. 동정녀들과 절제하면서 사는 이들도 생겨났고 각자의 신분에서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면서 신앙생활에 충실한 이들도 많아졌다. 루이 왕의 부인 왕비 유디트를 위하여 쓰여진 편지에는 그 시대의 위대한 여성이 실천한 참회의 양식에서 기도와 극기의 순서가 잘 드러나 있다. 이 시대에 나온 여러 작품에는 모든 신앙인들과 평신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영적 가르침이 있다. 군주들이 지켜야 할 길(王道)과 궁전의 질서, 귀족들이 지켜야 할 권고들, 자녀들을 위한 영적 교본 등은 모두 평신도들의 신앙생활을 위한 지침서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되어 평신도들의 양심 형성에 크게 기여하였다. 통치자들에게는 책임이 강조되었다. 황제는 거룩한 왕권을 받았으므로 그 책임이 막중하다. 세속적이며 영적인 권한을 지니고 있는 황제는 질서를 유지할 권한을 하느님으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공직자들은 백성의 유익을 위한 하느님의 일꾼인 봉사자들로 이해되었다. 일반 대중은 군주에게, 군주는 황제에게, 황제는 하느님에게 예속되어 있다고 가르쳤다. 비록 군주들이 영예와 존경을 누려도 복음의 가르침에 충실해야 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