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단순히 생물학적, 생리학적인 복합체로만 파악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육체는 살아 존재하는 것으로 대상화될 수 없으며 우리는 육체를 소유하기보다는 육체의 틀 안에서 살아있다고 말해야 옳을 것입니다. 인간의 살아있음은 육체와 정신의 신비로운 통합에서 비롯됩니다. 인간의 육체는 의미에 반응하는 조직입니다.
따라서 병든 이에게 있어서도 그의 육체만을 치료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이해하고 이에 따라 병을 돌보아야 할 것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현대의학과 대부분 의료인들은 환자를 육체적인 고통을 감소시켜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봅니다.
하지만 환자의 고통은 육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정신적, 사회적인 측면까지 포함하는 것이므로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인격체를 총체적으로 대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의료인의 치료가 육체적인 것에 국한될 때 환자와 의사 사이에는 커다란 괴리가 발생할 것입니다.
고통은 미래에의 불안, 타인에 의해 이해받고자 하는 본능적 의지의 불충족, 사랑하는 타인의 고통 등 다양한 이유에서 비롯됩니다.
또 각자 느끼는 고통은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매우 주관적인 것이므로 육체적 고통이 반드시 정신적 고뇌를 수반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반대의 상황도 존재합니다. 환자를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이러한 고통과 고뇌의 다양한 면모가 드러날 것입니다.
가톨릭 의료인들은 고통을 치료할 뿐 아니라 환자의 고뇌까지 보살펴야 합니다. 의료기술 발달과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고뇌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의학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간호는 환자의 과거, 특성, 현재상황, 미래를 이해해야 하는 창조적 기술입니다. 환자를 육체적, 정신적인 존재를 지닌 전인적 인격체로 바라볼 때 비로소 환자의 육체와 정신은 자유롭게 될 것이며 이것이 곧 가톨릭 의료인들의 사명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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