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해묵은 꿈이다. 그래서 인류는 예로부터 장생불사의 비약을 찾아 헤매기도 하고 자신의 시신을 미이라로 만들어 후일 부활할 그 날을 위해 보관하기도 했다. 그것은 유한하고 미약한 인간 본능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실로 허망한 꿈이기도 하다. 오늘날 이처럼 영생을 꿈꾸는 허망한 꿈은 첨단 과학 문명의 발달과 함께 '인간 복제'라는 금단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시도로 나타나고 있다.
인간 복제는 창조라는 생명의 신비를 넘보는 인간의 교만에서 나온다.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와 소설들 속에서 인간 복제가 야기할 수 있는 암울한 미래상에 대해서 호기심 혹은 깊은 우려로 묘사돼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돼왔다.
하지만 이처럼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이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우리는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0월 일차 예고됐고 올초 더 구체적이고 공공연하게 공표됐으며 실제로 인간 복제 실험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한 종교집단이 혈연에 대한 집착을 악용하면서 사이비종교적인 신념을 지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같은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같은 일이 바로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심증을 갖게 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신흥종교집단의 허망한 꿈
지난 8월 28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 구레나룻에 머리에는 상투를 튼 외국인 한 사람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었다. 인간 복제를 시도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클로나이드'사의 창설자이자 '라엘리안 무브먼트'의 창시자인 클로드 라엘이다. 그가 바로 인간을 창조한 것은 신이 아니라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인간 복제를 통해 영생을 이룬다는 황당한 주장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내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미국에서 금지된 인간 복제 시도를 한국에서 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한국에 실험실을 둘 계획은 없다고 말했지만 미국에서 금지된 실험이 제3국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고 특히 그의 이번 방한이 이런 의도에서 이뤄진 것이 아닌가 하는 혐의를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 동안 한국인 8명이 라엘리안이 운영하는 클로나이드사에 인간 복제를 의뢰하고 체세포를 미국에 보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국내에서 이같은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는 혐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간복제는 핏줄에 대한 집착때문
국내 한 일간지에 의하면 서울에 사는 30대의 한 주부가 임신 후유증으로 임신이 불가능하게 되자 국내의 한 생명공학 벤처업체에 남편의 복제 인간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했으며 이 업체가 이미 남편의 체세포를 떼어내 복제 작업을 준비 중인 것을 확인했다.
지난 1999년 남편의 체세포를 떼어내 보관 중인 이 업체는 이 여성의 난자를 추출하는대로 핵을 제거한 난자에 체세포를 이식, 자궁에 착상시켜 복제 인간 임신 및 출산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불임부부들은 인간 복제를 꿈꾸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아이를 못 낳을 형편에 처한 불임 부부들은 인공 수정을 통한 불임 치료술까지 동원하고도 임신에 실패하면서 어떻게든 자녀를 갖고 싶다는 집념을 버리지 않고 최후의 수단으로 인간 복제를 선택한다.
우리 나라의 뿌리깊은 혈연에 대한 집착, 이로 인해 아기를 갖지 못할 경우 입양보다는 핏줄을 선호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남편의 체세포를 이식한 난자를 뱃속에 임신한 후 남편의 유전자를 지닌 아이를 낳는 인간 복제를 최후의 방법으로 선택하려고 한다.
실제로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같은 불임 부부들의 인간 복제 요청을 수없이 받는다고 한다. 인간 복제가 용인되지 않아 공공연하게 이같은 요청을 따르지는 못하지만 만약 만의 하나 다른 의사가 이를 시도해 물꼬를 튼다면 자신도 하겠다는 생각을 지닌 의사들도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전 국회의원인 정 모씨가 자신이 라엘리안이었으며 불임부부들을 위해서 인간 복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표시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과학자들조차 위험성 지적
그러면 과연 인간 복제는 윤리적인 문제점을 제외하고라도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과학자들은 현재 과학기술을 이용한 인공적인 수단으로 복제된 생명체가 하나의 완전한 생명체로서 탄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 역시 현재 단계에서의 인간 복제 시도에 대해서 매우 위험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동물 복제보다도 오히려 인간 복제가 더 쉽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일부 과학자들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인간 복제 시도를 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선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에도 불구하고 아직 복제실험의 성공률은 매우 낮다. 문제는 동물 복제의 경우에는 이같은 실패율이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인간에 적용될 경우 그것이 가져올 윤리적인 문제는 실로 엄청나다. 수없이 반복되는 실험과 그 실험이 실패할 경우 생길 기형이나 불완전한 생명체에 대해서 우리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폐기한다면 그것은 살인에 해당될 것이다. 물론 앞으로 이와 관련된 기술이 더욱 발전되면 실패율이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도 역시 심각한 윤리적인 문제는 당연히 남는다.
인간 복제 막을 법적 장치 없어
우리 나라의 현실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시도들이 이뤄진다 해도 이를 규제할 아무런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현재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마련한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이 확정돼 있으나 이에 대한 생명과학계와 산업계의 반발과 정부 관련 부처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아직까지도 법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심각한 현실에 대해 종교계에서는 인간 복제를 규제할 수 있는 법률을 조속하게 제정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와 개신교의 한국기독교생명윤리위원회는 지난 5월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고 "인간 개체 복제는 하느님 주권에 대한 도전이며 신성한 가족 관계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인간 배아 복제 및 인간 복제를 금지하고 배아를 보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인간 복제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1997년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의 지면을 통해 '인간 복제에 관한 성찰'을 교회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했다. 이 문헌은 인간 복제의 역사적 배경부터 생물학적 측면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이에 따르는 윤리적 문제들에 대한 가톨릭적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문헌은 먼저 인간 복제가 인간 생식의 고유한 의미를 변질시키는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한다. 복제 과정 자체가 인간을 산업 생산의 논리로 이끌며 친자관계, 친족관계, 혈족관계 등 인간의 기본적인 관계를 혼란시키고 파괴한다는 것이다.
인간 복제에 대한 윤리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인간의 무모한 호기심과 맹목적인 탐구, 그리고 허망한 꿈을 양식으로 삼아 인간 복제의 위험한 시도는 계속 이어질지도 모른다. 이 위험한 미래상을 막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생명의 존엄성과 그 신성한 신비의 영역 앞에 겸손함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 라엘리안 무브먼트란?
'복제 통한 인류의 영생'주장
‘예수 승천은 외계인이 자기 행성으로 귀환’
라엘리안들은 인간 복제를 통한 인류의 영생을 주장한다. 이들이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에 따르면 다른 혹성에서 온 과학자들, 즉 외계인들이 유전자를 이용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창조했고 예수를 비롯해 모세, 마호멧 등이 언급한 모든 내용들이 바로 이들 외계인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성서의 용어인 「엘로힘」이라는 말 조차 바로 이 외계인들을 지칭한 것이라며 인간은 이들을 신으로 생각하고 숭배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그래서 이제 인간이 엘로힘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지적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인류는 이들을 맞기 위한 「대사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외계인들이 유전자 공학으로 인간을 창조했듯이 과학을 이용해 새명체를 창조하기 위해 유전공학 연구소인 「클로나이드」사를 설치했다.
이처럼 황당하기까지 한 주장을 하고 있는 이들은 그러나 현재 전세계 85개국에 5만여명의 회원들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그 세력을 넓혀왔다. 한국에서만도 현재 15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매년 정기적으로 대규모 행사를 치를 정도이다. 이들의 주장을 담은 책이 한국어로 번역돼 출판되고 있으며 정기적인 전시회를 갖고 한국어로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이들의 주장이 이미 상당히 확산돼 있다.
이들은 예수를 외계인이라고 주장하고 예수의 승천을 외계인이 자신의 행성으로 귀환한 것이라고도 하며 창시자를 야훼의 아들, 예수의 형제라고 칭하기도 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