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카롤링 왕조 시대의 교회와 영성
2)성직자·의전사제 등장
이 시대에는 교회 안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의 계급이 분명해지고 있었다. 성직계에 고유한 영성생활의 특징들이 드러나고 있었으므로 세 신분 사이의 차별이 보다 명확히 형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9세기 초중엽에 성직자들은 대성당을 중심으로 매달 모여 회합을 갖고 공동으로 기도하면서 영성생활을 증진시켜 나갔다. 지방에서는 사제들의 형제회라는 단체도 있었다. 이 때 의전사제단이라는 것이 생겨났는데, 쉽게 말해서 공동생활을 하면서 시간에 맞추어 함께 기도하는 사제단으로서 로마의 전례, 특히 성 베네딕도의 규칙서와 유사하게 살아가는 사제단이었다. 이를 시작한 대표적인 인물은 메츠의 주교였던 성 크로데강이다.
그는 754년 성 베네딕도의 규칙서에서 영감을 받아 전례생활을 촉진시켰다. 공동생활을 하는 사제들이 함께 기도하면서 초대교회 예루살렘 신도들의 사도적 생활을 본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그 후 817년 아아켄에서 열린 지방교회 회의에서는 의전 서약을 지키기로 한 성직자들이 규율에 따라 살아가는 규정이 공포되었다. 그들은 수도자들의 생활과는 다소 자유로운 삶을 살았으나 전례 거행에 있어서는 비슷하였다. 그들에게는 교황 그레고리오 1세의 영성이 자주 인용되었고 성 아우구스티노와 예로니모의 정신이 강조되었다. 경건왕 루이는 이 규정이 제국 내에 전파되어 사용되도록 배려하였다.
3)베네딕도 영성이 일어남
이 시대의 수도원들은 성 그레고리오의 영성을 따랐지만 점차적으로 성 베네딕도 영성의 영향을 받았다. 성 베다의 작품에도 이런 징후가 드러나고 있으나 대표적인 인물은 암브로시오 아우트페르트 작품에서 잘 드러나 있다. 그는 784년 남부 이탈리아의 볼뚜르노 지역 성 빈첸시오 수도원의 아빠스였는데 묵시록에 대한 긴 주석서와 악과 덕행의 갈등, 강론집, 악의 대항을 위한 기도 등 상당히 영향력 있는 작품들을 남겼다. 그는 성 그레고리오와 아우구스티노의 도움과 자신의 독창적인 사상을 첨부하여 영성적 가르침을 전개하였다. 그의 사상은 수행과 정주(定住) 그리고 교회의 신비를 다룬 글에서 성모 마리아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수행생활은 하나의 투쟁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유혹을 이기고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삶을 잘 살기 위해서는 투쟁해야 하지만, 특히 복음적 권고를 실천하는 수도자들에게 있어서 투쟁은 통상적 계명과는 분명히 구별되나 성덕을 쌓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수행을 위해서는 멀리 떠날 것이 아니라 수도원 안에서 정주 생활을 잘 함으로써 고향에서도 거룩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것은 조용한 안식인 관상생활이다. 『그대가 (하느님으로부터) 사랑 받을 때 이해될 것이다』라는 문구는 관상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자의 특성이라고 하였다.
성 베네딕도의 수도 규칙을 따라 수도생활 안에서 하느님을 찾는 생활이 그 시대에 적절한 영성처럼 느껴졌다. 대표적인 예는 불란서 북부에서 일어난 성 리뀌에의 수도원이었다. 그 곳은 하나의 거룩한 도시였다. 아빠스 안질베르의 지도하에 7000명 정도가 큰 도시를 이루어 생활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도자 300명, 어린이 100명, 백십명의 군인과 많은 가족이 단체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시간에 맞추어 주로 성가로 기도를 바치고 다섯 개의 큰 경당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행렬을 하면서 로마 의식에 따라 장엄하게 기도를 하는 자들이었다. 상인들과 일꾼들이 수도자들을 위하여 일을 해주었다. 사실 그들에게는 일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들의 주 업무는 의식을 통한 공동 기도였으므로 그들은 기도 전문가들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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