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마지막 날. 신기하게도 이날은 ‘주일’이었다.
주일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느지막한 식사를 마치고 성 바오로 대성당을 찾았다. 바로 전날, 나는 트레 폰타네에서 바오로 사도의 순교, 죽음을 묵상했다.
취재 내내 함께 해주었던 사도를 보낸 여운이 가시지 않았던 탓일까. 성 바오로와 베드로 동상, 빛나는 그림들, 전시돼 있던 물건들. 그러나 성당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발걸음이 멈춘 곳은 ‘사도의 무덤’이다. 몇 년 전 외신을 담당하면서 내 손으로 직접 기사를 작성했던 바로 그 무덤이다.
‘순교자 성 바오로라는 비문이 새겨진 바오로 사도의 무덤이 발견됐다’라는 리드를 시작으로 썼던 기사가 문득 떠오른다. 그 무덤이 이곳이다.
당시 성 바오로 대성당 주임 안드레아 코르데로 란차 추기경은 “20세기를 지내오는 동안 성 바오로 무덤이 이곳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 누구나 공감했다”며 “아무도 의구심을 제기하거나 부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사도들의 무덤은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많은 이들이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어떤 이들은 그것을 믿지 못한 채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발굴허가를 받아 찾아낸 그곳에는 진정 바오로의 무덤이 있었다. 논란은 잠잠해졌다.
사도의 무덤 앞에 서서 잠시 묵상한다. 대성당 중앙제대 바로 밑에 ‘석관’이 놓여있다. 제대는 ‘증거의 제대’라고 불린다. 바오로가 믿음을 고백하고 하느님을 증거했기 때문이란다.
전세계 수많은 이들이 그의 무덤 앞 장궤틀에서 기도를 올리고 떠나갔다. 나 또한 그들 중 하나다.
곧 주일 저녁 미사가 시작됐다. 사람들에 섞여 미사를 봉헌한다. 미사에는 각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도 끼어있다. 과연 ‘민족과 종교를 넘어선 사도’다.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탓에 알아들을 수는 없다.
마지막 여정의 마지막을 성 바오로 대성당의 미사를 봉헌하며 끝내다니 벅차다. 조용한 미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제대 위 초가 크게 타올랐다.
그동안 바오로해 기획 특집 ‘바오로 로드를 가다’‘사도 바오로의 마지막 여정’을 사랑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 사도 바오로의 마지막 여정을 마치며
시인 윤동주처럼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취재후기’라는 한 줄에 줄인다.
일 년여 동안의 연재를 마치며 나는 성 바오로를 통해 내게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알았다. 바오로를 잘 알게 됐고, 책에서만 보던 유적을 머릿속에 그릴 줄 알게 됐으며,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기획물을 지면에 연재하는 영광도 얻었다.
그러나 내가 가장 그에게 감사한 것은 그가 남기고 간 ‘열정’이다. 그를 연재하는 순간조차도 나는 얼마나 자주 초심과 열정을 잃었던가.
터키, 그리스, 몰타, 이탈리아를 거쳤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바오로라는 이름 아래 만났던 무수한 장소와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나의 열정을 추억하며 얼마 남지 않은 바오로 해를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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