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대성당 중앙문이 20여년 만에 제 짝을 만났다.
지난 2월 20여 년 만에 모습을 공개한 명동대성당 중앙문의 제작자 조각가 최의순(요한비안네·75) 서울대 명예교수. 그는 “성당문에 붙어 있는 작품을 보고 있자니 감개무량하다”며 입을 뗐다.
이번에 명동대성당 중앙문에 설치된 작품은 1985년부터 3년간 제작됐다. 당시 명동본당 주임이던 김수창 신부가 의뢰했고 작품 주제는 현재 고려대 조광 교수(한국사학과)와 논의했다. 그렇게 정해진 것이 주문모 신부와 명도회 초대회장 정약종 등 한국교회 초기 인물들이었다. 주제가 정해지고 나니 남은 것은 최 교수의 몫이었다.
대학에서 미술해부학을 가르쳤던 그는 작품 속 인물들에 대해 정보를 하나 둘 모아가기 시작했다.
“인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사진만으로 그 사람을 작품으로 만들 수 있겠어요? 그래서 직접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며 알아갔어요.”
절두산과 새남터, 서소문, 솔뫼, 배론, 미리내 등 안 가본 성지가 없을 정도다. 교회사 관련 책도 많이 읽었다. 최교수는 그들을 알아가는 작업만으로 1년을 보냈다. 그러고 나니 손끝으로부터 자연스럽게 그들의 모습이 펼쳐졌다. 높이 2m50cm, 폭 1m25cm의 대작을 완성하기 위해 정성스레 작업했다.
최 교수는 “문 걸어 잠그고 작업만 했더니 친구들과도 멀어졌다”며 웃었다. 그만큼 두문불출하며 작업에만 열중했다.
작품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미사를 집전한 주문모 신부의 모습이 왼쪽에, 최초의 명도회 회장 정약종이 그 옆에 있다. 아래에는 박해를 피해 피난 가는 신자들의 모습과 파리외방전교회 메스트로로 신부가 세운 성영회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고아들을 돌보는 활동을 했던 성영회의 모습 앞에는 한복을 입은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넣었다.
“지금 보니 이 모습이 성모자의 모습과 같아요. 당시에는 한복 입은 성모님은 상상도 할 수 없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성모님과 아기예수님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작업을 끝낼 당시 이 작품은 성당 중앙문에 설치될 수 없었다. 동판 부조작품이 무거워 오래된 성당 문이 견디기 어렵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이후 창고에 보관돼 있던 작품은 명동성당 보수작업이 끝나면서 다시 설치된 것.
최근 설치되면서 연락을 받은 최 교수는 “작업하면서 순교자들의 어려움을 함께 느끼며 작업해서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며 “이제야 이 작품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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