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건립된 서울 혜화동성당은 당시 고딕양식으로 정형화되어 있던 가톨릭 건축물의 틀을 깬 새로운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 건축가와 미술가들이 참여해 제작한 성당에는 기념할만한 많은 성미술 작품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성당 정면의 큰 벽면을 차지하는 대형 부조 ‘최후의 심판도’(1960)다. 이 작품은 당시 서울대 미대 학장이었던 장발 선생의 감수로 조각가 김세중(1928~1986) 선생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조는 예수 그리스도가 가운데 앉아 있고 좌우로 사자(마르코), 독수리(요한), 천사(마태오), 황소(루카) 등 네 복음사가를 상징하는 부조가 새겨져 있다.
가운데 앉아 있는 예수는 지구의를 들고 있는데 여기서 지구의는 인간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뜻하며 그 위의 작은 십자가는 세상을 위한 예수의 희생을 의미한다. 또한 권위를 상징하는 망토를 입고 있는 예수는 오른손을 들고 있어 최후의 심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 상징들은 거의 그래픽한 선으로 형태가 주어졌으며 모두 평면화 된 것이 특징이다.
이런 도상은 12세기 말 건축된 프랑스 아를의 성 트로핌 대성당 정면 현관의 부조에서도 발견된다. 트로핌 대성당의 부조는 반원형 공간에 도상을 빼곡히 채워 넣어 중세 미술의 전형이라고 한다면 이 작품은 수평으로 넓게 개방된 건축 특징에 따라 도상들을 병렬시켰다.
특히 낮은 돋을새김으로 제작되어있지만 빛을 받아 음영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화강석 특유의 질감이 돋보인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최후의 심판도’의 조형적인 특징은 김세중 선생의 부조 작품 특유의 단순성이 잘 드러나 있다는 점이다. 세부 묘사를 최대한 절제하고 작품의 내용을 암시하는 최소한의 형태만 표현함으로써 선적이면서 동시에 회화적인 특징이 강조돼 있다.
또한 약간 경직되면서도 단순하면서도 엄숙한 중세 종교 이미지에 바탕을 두고 있었던 김세중 선생의 대표작인만큼 장엄하면서도 엄숙한 이미지와 함께 종교적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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