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톡 쏘는 메주 냄새가 확 느껴온다. 거기에 더하여 고요하던 시골 마을엔 분주하고 유쾌한 웃음소리가 퍼진다.
원삼본당(주임 홍명호 신부)의 공소와 황토 피정의 집이 있는 고초골에서 벌어진 된장 띄우기 작업의 풍경이다. 2003년 설립된 본당은 초기부터 매 년 메주와 된장을 전통적 방법으로 만들어 판매해 건축헌금과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목적은 따로 있다고 본당 김상열 총회장은 말한다. 바로 본당 공동체의 친교와 일치를 위함이다. 인근에서 재배한 콩 40여 가마를 사서 메주와 된장을 만들어 판매하는 과정을 통해 신자들끼리 이야기꽃을 피우며 서로의 사정과 본당의 사정을 알아가고 이해하며 돕는 대화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잘 익은 메주를 잘게 부수며 호호 깔깔하던 할머니 한 분이 “아이구 성님, 제가 뭘 알겠어요, 아직 애들인데”라며 맑게 웃는다. 애들이라던 할머니는 올해 78세시고 형님대우 받는 분은 84세다.
열심히 메주를 나르던 홍신부가 미처 인사의 때를 놓치자 한 할머니가 핀잔을 놓는다. “신부님, 제 목소리는 안 들리시지유?”라며 서운해 하자 “거 참, 이제 막 시작인데 뭘요? 막걸리 한 사발 들어가야 그 목소리가 좀 크게 들리지”라니 모두 웃음바다가 되고 이내 잘 익은 김치와 삶은 돼지고기를 곁들인 막걸리 사발이 나온다. 막걸리를 나누던 형제들은 자연스레 본당의 여러 이야기로 의견을 나눈다. 신자 대부분이 고령이지만 전통 방식으로 생산하는 손익은 작업은 술술 유쾌하게 척척 진행된다.
가건물에서 생활하는 주임신부는 성당을 먼저 짓자고 하고, 신자들은 사제관이 급하니 먼저 짓자고 한단다. 본당 공동체의 친교와 일치는 물론이고 어려운 재정에도 큰 몫을 하는 된장 띄우기 작업은 일석삼조의 큰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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