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한 어린 천사가 하느님 품에 안겼다. 하느님께서 아끼시던 어린 천사를 세상에 보내시고 몹시도 그리우셨는지 너무 일찍 품안으로 불러들이셨다. 이렇게 빨리 데려가실 줄은 몰랐다.
남윤호(사무엘·9·이천 모전동본당). 어린 천사의 이름이다. 모전동 본당 신자들이 힘든 병마와 싸우고 있는 윤호를 위해 손수 만두를 빚어 판매해 병원비를 마련했다는 훈훈한 소식을 접하고 윤호를 만나러 병원으로 찾아갔다.
많이 회복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병원에 도착했지만 윤호는 중환자실에서 힘겨운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윤호가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는 단순 임파선염일 것이라 생각했다. 서울 친척집에 잠깐 놀러간다고 생각했던 윤호는 결국 올 1월 20일 급성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그것도 악성이었다. 열이 40도까지 오르고 오한이 계속됐다. 폐에 물이 차 여러 번 호스를 연결했다. 처음에는 “아프지 않게 살살해주세요”라고 말도 곧잘 하던 윤호는 나중에는 바늘을 찔러도 반응이 없었다. 항암치료가 시작됐지만 아이는 견디지 못했다.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져 호흡을 멈추기도 했다.
윤호 어머니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다렸다. 만약 하느님께서 윤호를 살려주신다면 아이가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빛이 되는 삶을 살기를 바랐다. 그러나 결국 하느님은 윤호를 당신 곁으로 부르셨다. 어린 천사는 주변 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준 만큼 많은 이들의 사랑을 안고 떠나갔다.
윤호는 모전동본당 식구들에게 특별한 아이였다. 늦둥이로 태어난 아이는 가족과 친지, 성당 신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초등부에서 특별한 활동은 없었지만 엄마를 따라다니면서 성당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기도문도 먼저 외우고 성당에 있길 좋아했다. 여느 다른 친구들보다 한참 의젓했다. 그런 윤호의 모습에 어머니는 윤호가 신앙 안에서 사제가 돼주길 바랐다. 본당 교리교사들도 윤호에게 늘 “우리 윤호는 추기경감이야”라고 말할 정도였다.
모전동본당 신자들은 사순시기를 보내며 주님께서 기적을 일으켜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지난 3월 14일 함께 모여 만두를 빚고 주일인 15일, 만두를 판매하고 본당에서 2차 헌금을 모았다. 367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윤호의 병원비에 보탬이 됐다.
그리고 윤호를 위해 기도했다. 윤호도 자신을 아껴주던 많은 이들의 마음을 읽었는지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희망의 불씨는 힘을 다하고 말았다. 윤호는 이제 하느님의 따뜻한 품에 안겼다. 더 이상 살을 에는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품 속 이다. 윤호 어머니는 그만큼 사랑하셨던 아이였으니 데려가셨어도 꼭 안고 계실 것이라 믿는다.
윤호는 떠났지만 이 어린 천사는 사랑 나눔을 일깨워준 꽃씨임에 틀림없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