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했다. 어떻게든 수술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신문에 얼굴이 실리는 것은 죽어도 싫다고 고집을 부리는 사춘기 재원이(안젤라·16· 대구 상동본당)에게, 신부님 봉성체 모습을 찍으러 온 사진사라며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집을 찾았을 때 재원이는 한창 공부 중. 학교에 갈 수는 없지만, 인터넷 수업을 들으며 친구들과 함께 졸업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게 어머니 한경자(요안나·51)씨의 설명이다.
공부도 잘하고 밝았던 재원이가 무릎 통증을 호소한 것은 2008년 1월, 안색이 창백해지고 잘 먹지 못한 것은 그보다 한참 전이었지만 병원비가 없어서 미루기만 했다고. 그러다 잘 걷지 못하는 것을 보고서야 병원에 데려갔다. 만성 신부전증. 체내 독소를 걸러주어야 할 신장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면서 독소가 다리를 침범해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했다.
“제 때에 병원만 찾았어도…. ‘아비 없는 자식’ 소리 듣기 싫어서 정말 잘 키우고 싶었는데.”
10년 전, 재원이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약해질 수 없다며 이를 악물고 작은 양품점을 운영했고, 재원이와 10살 위인 오빠를 키워냈다. 가게가 딸린 조그만 집까지 마련했을 정도. 하지만 어느 날부터 손님의 발길이 뜸해졌다. 생활비조차 벌기 어려운 상황을 바꿔보고자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와 새 물건을 들이고 홍보도 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은행빚에 사채 이자까지, 불어난 빚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졌다. 평생을 바쳐 마련한 집을 팔았다. 급한 빚을 갚고 새 출발을 꿈꿀 무렵, 재원이가 자리에 누워버렸다. 병원을 오가느라 가게를 닫는 날이 많아졌고, 차상위 계층으로 등록되어 공제받는 어느 정도의 약값과 병원비를 제외한 나머지는 그대로 빚이 되는 상황.
이 상황에서도 어머니는 딸을 살릴 방도를 찾느라 신장 이식을 위한 조직 적합성 검사를 받았다. ‘완전한 일치’. 부모·자식 사이에서는 1000분의 1확률도 안될 정도로 극히 드문 경우로 조직이 일치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딸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에 큰 수술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하지만 수술비 1500만원, 그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기적이라는 거 믿지 않았는데 검사를 받고 정말 기적같은 희망을 찾았습니다. 다 돈 없는 제 탓이예요…. 우리 딸,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부디 도와주세요.”
※도움 주실 분 우리은행 702-04-107881 농협 703-01-360446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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