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웃음으로 하나된 날
교구의 모든 장애인이 웃음으로 하나 되던 날이었다. 26일 오전 9시, 경기도 화성 수원가톨릭대학교 운동장에는 ‘몸만’ 조금 불편한 맑은 영혼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교구 사회복지회(회장 이기수 신부)가 주최한 제 21회 빈자리 축제. 하지만 이날 축제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조용하던 신학교가 환희와 기쁨으로 떠들썩했다.
이날 행사에는 교구내 시설 및 단체 소속 장애인 과 각 본당 장애아동 주일학교 소속 학생 및 재가 장애인, 자원봉사자, 지역 주민, 유관기관 관계자 2500여명이 함께했다. 참가자 모두 아랑곳하지 않고 뛰고 뒹굴었다.
‘바오로와 함께! 손에 손을 잡고!!’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모두 아랑곳하지 않고 뛰고 뒹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최덕기 주교의 얼굴에도 하루 종일 행복한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게임하며 흥겨운 시간 보내
○…바람이 찼다. 하지만 춤추고 노래하며 미사를 봉헌했고, 바오로 패션쇼를 열었고, 대형 주사위를 던지고, 코끼리 열차 게임도 했다. 옆 사람의 얼굴에 스티커를 붙이는 게임도, 풍선을 터트리는 게임도 했다. 노래를 목이 터져라 불렀고, 몸을 마음껏 흔들었고, 하루종일 웃었다.
패션쇼에서 바오로 역을 맡은 강정자(둘다섯해누리, 지적장애)씨는 “하늘만큼 땅만큼 좋아요. 내년에 또 왔으면 좋겠어요. 기분이 좋아 눈물이 나더라구요”라고 했다. 수준급 피아노 연주자 박경미(영희 막달레나, 라파엘의 집, 시각장애)씨는 비록 소리로만 축제를 느꼈지만 “기차 놀이가 재미있었다”며 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나들이가 불편한 지체 장애인들도 축제를 맘껏 즐겼다. 최석호(골롬바노, 성루카본당, 지체장애)는 “하루 동안 장애우들을 많이 보면서 나만 장애로 힘든 것 같은데 나보다 심한 이들을 보고 많은 위안을 받았다”며 “집에서만 있다가 이렇게 축제의 자리에 와서 맑은 공기도 접하다 보니 저절로 스트레스 해소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은 장애인들만의 축제가 아니었다. 비장애인들도 장애인들과 함께 즐기고 웃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안양대리구 여성연합회 소속 21개 본당 249명의 어머니 봉사자 등 대리구별 자원 봉사자들도 장애인들과 함께 어울어져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6000여개의 김밥을 현장에서 즉석으로 말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자원 봉사자의 힘
지적 장애인을 위한 미리암 재단에서는 교사, 장애인, 자원 봉사자들이 힘을 합해 화장실 청소를 맡았다. 재단 관계자는 “교구 사회 복지에서 받기만 해서 어떤 도움을 줄까 고민을 하다가 사람들이 기피하는 화장실 청소를 택했다”고 말했다. 이번 화장실 봉사는 장애인들에게 받기만 하는 것보다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이뤄졌다. 직업 교육 차원에서 장애인들은 청소 후에는 소정의 월급을 지급받았다.
“장애우 도우며 살고 싶어”
친구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봉사 활동 왔다는 조병곤(중3)근은 “장애인들과 함께하면서 나는 축복을 받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며 “나중에 성장하면 장애인을 도우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성빈센트 청소년회의 30여명 학생들은 의자정리부터 쓰레기 줍기까지 행사장 곳곳에서 보조 봉사자로 일했다. 수원 교구 운전기사 사도회도 장애인들의 발 역할에 여념이 없었다.
사도회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하루 일당을 포기하고 나선 봉사지만, 주일 봉사인 만큼 상관없습니다. 모든 회원들이 큰 보람 느낀 하루였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이밖에도 교구내 모든 사회복지설, 교구내 187개 본당 사회복지분과, 교구 여성연합회, 대한적십자가 경기지사 등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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