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영원히 살 곳은 저 천국입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영혼을 구하려면 천주교를 믿으시오.”
어느 새 두 손을 모으고 순교극 속 김대건 신부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귀담아 듣던 신자들의 입에서 ‘아멘’이 절로 나온다.
김신부가 겨드랑이에 막대를 꽂은 채 포졸들의 손에 이끌려 형장 안을 끌려 다니는 모습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김대건 신부 역을 맡은 정재환(베드로) 어린이가 ‘주여 제 영혼을 당신에게 맡기나이다’라고 외치며 망나니의 칼을 받을 때 극은 절정에 다다른다.
지난 5월 3일 은이성지(전담 안병선 신부).
김대건 신부가 성소의 꿈을 키우던 거룩한 장소에서 성 김대건 신부 시성 25주년을 기념하는 순교자 현양대회가 열렸다. 올해로 6회째. 이날 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주례한 장엄미사 중 강론을 대신해 마련된 순교극은 현양대회의 하이라이트.
삼가동본당 초등부 주일학교 어린이 8명은 김대건 신부가 포졸들에게 잡혀 심문을 받고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장렬히 순교하는 모습을 담은 순교극을 20분간 공연했다. 어린이들은 이번 공연을 위해 한 달 전부터 연습해 왔다. 현양대회 바로 전날은 리허설까지 가질 정도로 애착을 쏟았다.
정재환 어린이는 “공연 중간에 마이크 상태가 좋지 않아 연습한 것을 제대로 보여 드리지 못해 아쉽다”며 “김대건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을 외우며 나도 성인처럼 하느님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용인 1지구 8개 본당신자를 비롯해 이날 현양대회에 참석한 1500여명의 신자들은 순교극을 공연한 어린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도 “삼가동 어린 천사들이 훌륭한 성극을 보여줬다”며 “순례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선행을 하며 이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를 김대건 신부님께서 말씀해주고 계시다. 김대건 신부님의 마지막 말씀을 우리 모두 가슴에 잘 새겨야겠다”고 전했다.
이날 미사 영성체 후에는 ‘성 김대건 신부 성해 친구 예절’도 마련됐다. 용인 1지구 연합성가대의 성가 ‘순교자 찬가’, ‘103위 순교성인’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1500여명의 신자들은 사제들이 모신 김대건 신부 성해에 볼을 맞대며 성인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예식을 가졌다.
용인대리구장 김학렬 신부는 인사말을 통해 “경제적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기 신앙 선조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이겨냈는지 묵상하자”며 “오늘 현양대회를 계기로 지혜롭고 자랑스러운 순교자들의 후예임을 되새기며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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