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한 농장에 서있던 그의 모습은 어떤 장부 못지않게 당당했다. 자신의 상태도 모른 채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구하러 고국에 와서야 몸 곳곳에 병마가 퍼져 있음을 알게 됐다.
“주님께서 쓰실 일이 많으실 텐데…. 쉽게 데려가시겠어요?”
지난 4월 초 선교지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일시 귀국한 길에 건강검진을 받다 암을 발견한 김무열(임마누엘라·프란치스코 전교봉사수녀회) 수녀는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지 태평이다. 오히려 주위 사람들을 위로하려는 모습이 더욱 가슴을 아리게 한다.
“걱정 마세요. 주님께서 벌려놓으신 일인데 당신이 마무리하시겠지요.”
지난 1996년 3월 선교지인 잠비아에 파견돼 생전 처음 지어보는 농사일에 팔 걷고 나선 김 수녀는 2000년 9월 현지 정부로부터 38헥타르(약 11만5000평)의 땅을 임대받아 본격적으로 농장을 연 후 이것저것 안 지어본 농사가 없을 정도로 농사꾼이 돼버렸다. 여기에 더해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2003년 10월 문을 연 2년제 농업기술학교는 잠비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아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첫해 12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기술학교는 지금까지 세 차례 입학생을 받는 동안 전국에서 몰려드는 지원자로 북새통을 이룰 정도였다. 김 수녀의 이번 귀국도 새로운 눈을 뜨기 위해 학교로 몰려드는 젊은이들을 향한 안타까움과 사랑의 발로였다.
“따로 학교 홍보를 하지 않는데도 어떻게들 알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청년들을 보노라면 주님의 뜻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손수 돼지와 소 닭 등 가축을 치고 옥수수와 콩 양배추 토마토 등을 키우며 농업에서 희망을 찾은 김 수녀는 이미 미래까지 그리고 있다. 30명의 학생이 빽빽하게 둘러앉아야 하는 한 칸짜리 강의실이 전부인 기술학교를 넓히고 기숙사를 짓게 되면 당장 2년마다 근근이 뽑을 수 있는 신입생도 매년 선발할 수 있게 된다. 김 수녀는 기술을 전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졸업생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농장 인근에 200헥타르(약 60만4800평)의 땅을 별도로 임대해 정착촌을 일궈나갈 계획도 실행에 옮겨가고 있다.
이 때문에 병이 헤집고 다니는 자신의 몸도 추스르지 못한 채 잠비아행 비행기를 예약해두고 있다. 당장 오는 5월 중순에 기술학교 신입생 전형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치료는 잠비아 현지의 급한 불부터 끈 후로 생각하고 있다니 하느님만을 믿는 용기라고 해야 할까….
“여건만 되면 강의실을 더 지어 더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도움주실 분 02-773-0797, 우리은행 1005-101-447128 아프리카 잠비아선교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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