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가 에페소에서 전도할 때 세례자 요한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성령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바오로가 그들에게 세례를 주고 안수하자 그들은 모두 성령을 받고 “여러 언어를 말하고 또 예언을 하였다”(사도 19,6). 바로 그 신령한 기운이, 곧 성령이 그들을 그렇게 하게 한 것이다. 따라서 그 기운을 입으면 누구든지 역동적인 힘(dynamis)을 내기 마련이다.
그 영의 인도를 받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성전이 되어(1코린 3,1616,9) 주님과 하나 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1코린 6,17), 이는 마치 복중에 있는 태아가 어미로부터 끊임없이 영양을 공급받듯이 그 영과 하나 되어 사는 그리스도인도 끊임없이 그 영의 생명력을 받아 활기찬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삶은 그리스도 예수를 통한 삶이며 그 분의 도움을 받아 더욱 더 풍성해 지는 삶이다. 성령의 도움을 받아,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로마 8,15갈라 4,6)로 부르며 그분의 자녀다운 삶을 성실히 살아갈 뿐 아니라 영적인 인간이 되어 바오로처럼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초대 교회는 항상 쇄신되어야 하는 교회(Ecclesia semper reformanda)의 이상적인 모습이자 신앙 공동체의 귀감이다. 그러므로 쇄신을 부르짖는 이들은 누구나 초대 교회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그러면 무엇이 우리를 초대 교회로 부르고 있는가?
초대 교회가 어떠했기에 교회쇄신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 안에서 발견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교회의 모습은 성령의 인도를 받아 운영되는 교회인 것이다. 성령은 성화의 원동력이시므로 교회가 성령의 인도를 받아 운영되고 그 구성원들이 영으로 충만할 때 진정으로 하느님께서 원하는 교회가 된다. 그 교회의 성장 과정을 보면 성령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주 예수님께 대한 믿음과 성령의 은사로 충만한 삶을 살았으며 “주께서는 구원받을 사람을 날마다 늘려 주셔서 신도의 모임이 커갔다“(사도 2,47)
특별히 성령의 인도하심을 알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를 들어본다.
1) 친교와 나눔
자발적으로 재산을 공유하면서 가난을 없애고 신앙 안에서 친교를 나누면서 살았다. 친교는 기쁜 소식을 받아들이는 신앙인들이 상호 일치하여 누리는 유대와 책임감을 의미한다(2코린 8,49,13갈라 2,9-10). 그들은 서로 마음과 마음이 성령 안에서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영육 간에 필요한 것을 얼마든지 나눌 수 있는 공유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 원동력은 바로 성령이시다.
2) 날마다 성전에 모였다
“날마다 성전에 모여” 기도하는 시간에는 함께 참여하여 놀라운 일을 이루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기도는 인간의 일이라기보다는 엄격히 말해서 하느님의 일이다. 기도할 마음이 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하느님께 마음을 열지 못한다. 성령은 불고 싶은 대로 불기 때문에 그들 안에 기도 할 마음을 불어 넣으신 것이다.
3) 빵을 떼었다
엠마오 제자들과 빵을 떼셨고(루카 24,25) 주간의 첫날에 빵을 떼었던 것이다(사도 20,7).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면서 한 마음 한 뜻이 되었고 빵을 나누기 위하여 모인 장소는 가정이었으며 그것은 작은 가정교회이다. 그 의식에서 확인되고 더욱 힘 있게 결속되고 있다. 그 결속은 빵을 떼고 나눈 그 의식 안에서 체험한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인 것이다. 성령으로 충만한 사도들은 주님의 부활을 생생하게 느끼면서 믿는 이들에게 가르침을 펴고 놀라운 일을 한 것이다(2,43-46)
성령을 받기 전의 사도들은 겁쟁이들이었다. 그러나 불과 혀 모양의 성령을 받은 다음부터는 달라졌다. 성령께서는 교회 주춧돌인 사도들의 삶을 주관하셨다. 성령의 은사와 그들의 생활과는 상호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성령의 강림사건으로 창립된 교회는 언제나 성령의 인도로 쇄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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