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 주변은 아파트와 하늘로 높이 솟은 건물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절두산순교성지 기념성당만큼은 자연과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희태 교수가 설계한 절두산순교성지 기념성당에는 당시 유명 작가들이 제작한 성물들이 있다. 김세중(프란치스코) 교수의 십자가와 최의순(요한비안네) 교수의 십사처 등은 성전공간과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더한다.
여섯 번째 ‘가톨릭성물 이야기’는 최의순 교수의 십자가의 길 14처 조각상을 소개한다.
십자가의 길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충실히 완성하며 인간들을 향한 당신의 사랑을 드러내기 위한 예수의 마지막 여정이다. 이 여정에 대해 교회는 14처로써 예수의 생생한 구원 여정을 담아내고 있다.
최의순 교수의 십자가의 길은 ‘손’이라는 소재만으로 예수가 걸었던 수난의 길을 표현하고 있다. 십자가 모양을 기본 틀로 하고 있는 작품에는 손 이외에 어떤 수식도 없다. 손의 표정만으로 온전히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는 것.
손 하나만으로 예수가 겪었을 고통과 수난을 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작품을 접하고 나면 그 이야기의 격정을 적절하게 담아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예수가 사형선고를 받은 제1처에서의 손은 순명을, 십자가에 못 박힘을 당하는 제11처에서의 못 박힌 손은 격렬한 몸짓을 나타내는 듯하다.
또한 베로니카의 수건은 순하고 아름다운 조형미를 마음껏 구사하고 있다. 이렇듯 각각의 손들은 거친 터치로 부드러운 명암을 만들어내 반듯한 성전 속에서 파격적인 대조를 이룬다.
최종태(요셉) 교수는 이 작품에 대해 “의미와 형태가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이 서로가 보완적 관계로 절묘하게 균형 잡힌 조형미를 가지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작품은 성전의 벽면과 같은 시멘트 재료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십사처 조각의 요철이 심한 흙 자국은 건축과 조각이 일체감을 이룰 수 있게 도와 성당을 찾은 신자들에게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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