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 요르단 외신종합】
즉위 후 첫 중동 사목방문에 나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간의 화합과 중동의 평화 정착을 거듭 강조했다.
교황은 중동 순방 사흘째인 5월 10일 요르단 수도 암만의 축구 경기장에서 열린 옥외미사에서 “성지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용기를 갖고 그리스도를 선포하기를 촉구한다”며 “그리스도께서 여러분들에게 용기를 주시기를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 모인 약 2만여 명의 가톨릭 신자들을 향해 이같이 호소하고 평화와 화해를 향한 그리스도인들의 소명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교황은 또 나흘간의 요르단 방문을 마치고 이스라엘을 향해 떠나기 직전 발표한 메시지에서 “성지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 앞에서 세례 받을 때의 다짐에 충실해야 한다”며 “전쟁과 폭력, 고통과 증오로 가득한 비극의 땅 중동에서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으로부터 화해와 용서, 평화와 관용을 위해 헌신하도록 부름 받은 사람들이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8일에 걸친 중동 사목방문은 갈등과 분쟁의 땅에 평화를 심어주기 위한 고뇌의 여정이었다. 교황은 지난 5월 6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순례객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을 통해 “나는 평화의 순례자로서 그곳에 간다”며 “이 지역 모든 민족들의 고통과 어려움 뿐 아니라 희망과 꿈도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교황은 특히 이번 사목방문을 △이스라엘 및 이슬람의 관계 회복 △성지의 평화 회복 △성지 지역 그리스도인들의 평화와 신앙의 자유 회복 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언론들도 교황의 11번째 사목방문인 이번 중동 순방이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재위 기간 동안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교황은 순방의 첫 여정인 나흘간의 요르단 방문에서 무엇보다도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간 대화와 협력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8일 요르단 수도 암만의 퀸 알리아 국제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부부의 영접을 받고, 이튿날 9일에는 이슬람 사원인 후세인 빈 탈랄 모스크를 찾아가 이슬람 지도자들과 두 종교 간의 공존과 화합을 주제로 만남을 가졌다.
교황은 이어 11일까지 예정된 요르단 방문 기간 동안 모세가 ‘약속의 땅’을 내려다본 곳으로 알려진 느보산에 올라 모세기념관을 둘러보고,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또 예수 그리스도가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은 베타니아에서 성당 봉헌식을 거행했다.
요르단은 이슬람권 국가들 중에서도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의 관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요르단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전체 인구의 2% 약 10만여 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자유롭게 신앙을 고백하고 학교와 교회를 세우며, 심지어는 대학교육까지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또한 현재 요르단에 거주하는 70만 이라크 난민 중에서 약 10%에 해당하는 7만여 명이 그리스도교 신자들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요르단은 중동 지역의 이슬람권 국가들 중에서 유일하게 최근 수년 동안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요르단 일정을 마친 교황은 11일 이스라엘을 향해 떠났고, 나흘 동안 예루살렘과 베들레헴, 나사렛 등지를 방문하고 각 종교 지도자들과 만남을 가진 후 15일 바티칸으로 귀환한다.
■ 이모저모
○…교황, 관용의 호소로 순방 시작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이번 중동 사목방문은 관용을 호소하는 메시지로 시작됐다. 교황은 8일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 도착하자마자 발표한 메시지에서 “이슬람에 대해서 깊은 존경심을 표시한다”며 “특히 요르단 종교 지도자들의 종교간 대화를 위한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이러한 종교간 대화를 위한 노력은 서방 세계와 이슬람 간 연대와 협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요르단 최고의 국빈 대접
요르단은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최고의 국빈으로 맞기 위해 정부 각료는 물론 왕실 가족들까지 직접 나섰다. 교황의 비행기는 요르단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퀸 알리아 공항에 착륙했고, 압둘라2세 국왕과 부인 라니야 왕비가 트랙을 내려오는 교황을 친히 영접했다. 곧 환영예포와 함께 양국 국가의 연주, 왕실 의장대의 사열이 이어졌다. 압둘라2세 국왕은 환영 메시지에서 교황을 ‘Your Holiness’(교황 성하)라고 존칭하며, “이슬람과 그리스도교가 깊은 유대 속에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함께 평화를 실현해 나가자”고 말했다.
○…중동 신자들, 교황 알현하러 요르단 방문
중동 지역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알현하기 위해 수십 시간이 걸리는 먼 길을 마다 않고 요르단의 수도 암만으로 몰려들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콥틱 가톨릭 신자인 에이드 가브리엘(44)씨는 공동체 식구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무려 15시간 동안을 달려 암만에 도착했다.
그는 “교황 성하의 말씀을 직접 들을 수 있어 영광스럽고 행복했다”며 “교황의 이번 순방이 중동의 평화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레바논 출신의 가르멜회 수도자 하야프 파크리 신부는 “10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려 오늘 새벽에 암만에 도착했다”며 “여정 내내 교황을 위해 기도했다”고 전했다.
○…교황, 고대 성경 속 도시 방문
교황은 요르단 일정 이틀째인 9일 성경에 등장하는 고대 도시들을 방문하고, 이 지역 교회의 미래를 위한 야심찬 계획을 선포했다. 교황은 이날 모세가 ‘약속의 땅’으로 내려다 본 느보산을 방문하고, 사해로부터 예리고와 요단강까지 이어지는 성경 속 장면들을 둘러본 뒤 “모세처럼 우리 모두 역시 하느님께로부터 세상의 죄악으로부터 벗어나 생명과 자유의 땅으로 나아가도록 불리웠다”고 말했다.
○…이슬람 사원 방문
교황은 9일 암만의 후세인 빈 탈랄 모스크를 방문,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기도하는 것이고, 자비를 보이는 것이며, 진리를 증거 하는 것이고, 모든 사람들의 존엄성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황이 이슬람 사원을 들어설 때 신발을 벗지 않은 것에 대해 논란이 일자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은 신발을 벗을 준비가 돼 있었지만, 사원 측에서 특별히 요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세계교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