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자이자 수필가로 널리 알려진 장영희(마리아·서울 연희동본당) 서강대학교 영미어문·영어문화학부 교수가 5월 9일 낮 12시50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지병인 암으로 선종했다. 향년 57세.
고인의 장례미사는 13일 오전 9시 서강대학교 이냐시오성당에서 이사장 유시찬 신부 주례로 봉헌됐으며, 유해는 선친이 묻혀 있는 천안공원묘원에 안장됐다.
고인이 꽃 피운 삶은 짧았지만 암환자와 장애우들에게 희망을 안겨줬기에 더욱 아름다웠다. 그는 생후 1년 만에 척추성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1급 지체장애인이 됐지만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딛고 일어섰다. 또 지난 2001년 유방암 진단을 받고 완치됐으나, 2004년 암이 척추로 전이됐고 간까지 번져 힘겨운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그는 세 차례 암과 싸우면서도 집필 활동을 계속했고, 2005년 봄 다시 강단으로 돌아와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특히 고인은 투병 중에도 하느님께 의지하며, 늘 자신의 곁을 지켜주던 가족과 지인들에게 감사를 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병실에서는 새벽마다 묵주기도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친분을 맺은 몇몇 사제들은 매주일 병실을 찾아 가족 미사를 봉헌해 주기도 했다.
그는 “암이 오히려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선물했다”며 “아무리 힘겨운 상황에도 하느님께서 늘 지켜주실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전했다.
1952년 서울 출생인 장영희 교수는 서울대 사대부고를 졸업하고 서강대 영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거친 뒤,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모교인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며 영미문학자이자 수필가로 활약했다.
그는 부친이자 국내 번역문학계의 태두인 영문학자 고 장왕록(토마스 아퀴나스·1924∼1994) 전 서울대 명예교수와「펄벅의 살아있는 갈대」를 번역해 소개하고, 중·고등학교 영어 교과서를 집필했다. 또 수필집「문학의 숲을 거닐다」,「내 생애 단 한 번」 등을 남겼으며, ‘한국문학번역상’과 ‘올해의 문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인의 마지막 수필집이자 유작(遺作)인「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운명 하루 전날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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