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장기 기증과는 달리 난자 제공은 선한 의도와 결과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증’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난자 제공은 인간 개체 즉 자신의 생물학적 자식이 될 가능성이 있는 생식세포를 ‘매매’하는 것으로, 이를 허용하는 우리나라 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내용은 가톨릭대학교 생명윤리연구소(소장 구인회 교수)가 5월 6일 오후 1시30분 서울성모병원 대강당에서 연 ‘난자의 기증과 연구의 윤리문제’ 국제학술대회에서 제시됐다.
서울성모병원 개원을 기념하는 국제학술대회의 하나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서는 난자 기증과 연구에 관한 문제들을 과학적·임상적·인류학적·생명윤리적 측면, 법규와 관련한 측면에서 각각 살펴보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특히 연구소는 주제발표자로 모니카 로페즈 바라호나 교수(스페인 마드리드 생명보건연구센터장)와 호세 노리에가 신부(교황청립 요한바오로2세 대학원 부학장), 마리아 루이자 디 피에트로 교수(이탈리아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위원), 구인회 교수(가톨릭대 생명윤리연구소 소장) 등 난자 기증 및 연구와 관련한 세계적인 전문가들을 초빙해 다채로운 발표와 토의 시간을 마련했다.
난자 기증과 연구를 인류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시각에서는 “한 행위가 기증이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단순히 무엇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선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서는 난자가 무엇인지 잘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위 난자 제공을 하나의 선행으로 의식하는 잘못된 사고를 보인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여성이 난자를 생명의 탄생이 아닌 다른 이유로 제공할 때는 모성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문제점도 나타난다.
이어 생명윤리학적 관점에서는 “여성을 연구 공여자로 두는 것은 인체를 단순한 도구로 보고 임의대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의견이 역설됐다.
과학적·임상적인 측면과 우리나라 생명윤리법을 바탕으로 한 논의에서는 배아줄기세포를 선호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구가 재 허용된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에서는 난자가 필수적으로 쓰인다. 때문에 배아 연구를 위해 난자를 제공받는 것은 그 과정과 결과에서 뿐 아니라 여성의 몸에 악영향을 끼치는 그릇된 행동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규제와 법이 마련되기 전에 이미 냉동 보관된 난자가 다수 있었으며, 지난해 개정된 생명윤리법은 난자를 이용한 연구와 난자 제공에 대해 실비보상까지 허용하고 있다.
◆ 주제발표자 공동인터뷰
“생명존중 교육·인식 개선부터” “잔여난자·배아 생산 막아야”
똑같은 배아를 만들어놓고는 하나는 나의 자식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연구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가?
난자가 생명을 만드는 생식세포라는 것을, 배아가 온전한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인식시키지 못하면 과학자들은 여전히 생명을 도구로 하는 실험을 이어갈 것이다. 때문에 연구자들이 인간생명이 무엇인지, 자신들이 무엇을 도구로 연구를 하고 있는 지 깨닫도록 교육을 지속해 나아가야 한다. 가톨릭대 생명윤리연구소 제5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모니카 로페즈 바라호나 교수와 호세 노리에가 신부, 마리아 루이자 디 피에트로 교수 등 생명윤리 관련 전문가들은 대회 전 마련한 공동인터뷰에서 생명의 의미를 올바로 깨닫고, 그 의미를 널리 알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날 공동인터뷰에서 세 교수들은 전 세계적으로 인간배아를 이용한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그에 사용되는 난자 기증 등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과 생명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과 배아연구를 막을 대안 등을 자유롭게 풀어냈다.
“인간배아복제 연구는 사람이 또 다른 한 사람한테 할 수 있는 가장 나쁜 행동입니다. 그 배아는 자신이 다른 사람의 복제물이고, 다른 사람의 세포를 만들기 위해 며칠 안에 죽음을 당할 것을 알고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디 피에트로 교수는 우선 배아연구와 관련해 ‘치료를 위해 복제한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라고 강조한다. 한 사람의 치료를 위해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노리에가 신부는 “배아연구자들은 인간생명의 개념을 올바로 제대로 모른다”며 “교회는 인류 전체에게 인간이 무엇이며, 우리의 행동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 지 알려주는 것이 의무”라고 역설했다. 또 노리에가 신부는 “인간 존재에 대한 것은 종교의 유무나 믿음과 관계없는 진리이며, 교회는 인간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국가는 그 안에서 정책을 수립함으로써 상호 보완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은 성체줄기세포와는 달리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 성과가 없다는 것이 직접적으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지속하는 문제점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바라호나 교수는 “체외인공수정이 시술되고 그 과정에서 잔여난자가 생산되는 것이 인간배아 연구의 시작”이며 “과학 활동을 제한하는 것을 인간의 알 권리를 막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의 편협한 사고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바라호나 교수는 생명윤리의 가장 큰 과제는 교육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세 명의 교수들은 “무엇보다 잔여난자와 배아 생산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실제 세계 각국은 이미 냉동 보관된 잔여난자와 배아를 다수 확보해 연구 추진과 관련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에 만들어진 잔여난자와 배아를 연구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에 대해서는 “냉동 보관된 난자가 자연사할 때까지 보관하는 방법과 입양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난자를 냉동하는 것 자체도 비윤리적이기에 무엇보다 생산 자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디 피에트로 교수는 “아직도 많은 과학자들이 의식을 올바로 세워서가 아니라 단지 법과 정책이 막고 서 있기 때문에 연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생명윤리가 정치적인 합의 등의 도구로 전락되지 않고 유일무이하면서도 특별한 존재인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