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5월14일 착좌미사에서 취임사를 통해 밝힌 ▲새복음화 ▲내적 복음화 ▲외적 복음화는 앞으로 수원교구가 걸어갈 길을 미리 예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선 교구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 세 가지를 들면서, 공통적으로 ‘복음화’라는 단어를 포함시킨 것이 눈길을 끈다. ‘새’‘내적’‘외적’이라는 머리말을 빼면 방점은 모두 ‘복음화’에 있다.
이는 취임사의 제목인 ‘복음화 사명에 충실한 교구 공동체를 이룹시다!’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마디로 이번 취임사는 “오직 복음화를 보고 달리겠다”는 이 주교의 강력한 의지 표명인 셈이다.
물론 이같은 복음화 의지 표명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이 주교는 취임사에서 “교구가 1963년 10월 7일에 사제 28명, 본당 24개, 신자 4만 여명의 교세를 갖고 설정된 이래, 사제 373명, 본당 187개, 신자 72만여 명의 현재 교세를 이루기까지 46년간 교구 발전과 성장의 역사를 교구민과 함께 쓰신 역대 교구장님들의 은혜롭고 눈부신 업적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전임 주교들의 업적을 이야기 하며 “수원교구는 역대 교구장님들께서 남겨주신 사목적이고 영적인 유산과 전통을 잘 보존하고 성장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이 주교의 복음화 의지가 전임 교구장들의 토대 위에서 전개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주교가 그리려는 ‘복음화 지도(地圖)’의 구체적 모습은 어떤 모양일까.
이 주교는 취임사에서 우선 ‘새복음화’와 관련, “대리구제의 안정과 발전, 가정성화, 시노두스 과제인 소공동체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에 역점을 두는 일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비신자들을 향한 구체적 선교 노력인 ‘새복음화’는 대리구제의 안정, 가정성화, 소공동체 및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의 바탕에서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으로 풀이된다. 또한 교구민 모두가 새로운 모습으로 복음화 되어야 한다는 의미도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주교는 이러한 새복음화 노력은 ‘내적 복음화’의 바탕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놓치지 않는다. 모든 교구 구성원들의 영성을 함양하고 내적 복음화를 구현, 속빈 껍데기가 아닌 속 알찬 교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주교는 특히 이러한 내적 복음화를 가능케 하는 동력으로 순교정신을 꼽았다. 이 주교는 “순교자의 땅에서 그들의 후손으로 사는 교구민은 그 굳건한 정체성과 신원의식을 갖고 세상을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물들이는데 주력하는 것은 물론, 사제단과 신자들이 일치하는 가운데 영적인 성숙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구에는 한국천주교회 창립선조들께서 선교사 없이 자발적으로 진리를 탐구하고 복음을 전파하며 교회의 기초와 토대를 놓은 세계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한국천주교회 발상지이며, 한민족의 정신문화 성지’ 천진암 성지가 있다. 또 최초의 한국인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묘소가 있는 믿음의 고향이며 영적인 휴식처, 미리내 성지도 있다. 이 주교는 묵주의 기도를 바치며 용감하게 순교 형장으로 나갔던 치명자들의 신심을 본받고 기리기 위해 성모님께 봉헌된 남양성모성지도 언급했다. 이를 강조한 것은 교구가 순교자들의 피로 얼룩진 거룩한 땅임을 강조한 것이다. 당연히 그 위에서 살아가는 순교 후손들은 그들의 정신을 따르고 살아야 할 의무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 주교가 “순교자들의 피로 얼룩진 거룩한 땅에 세워진 교구는, 보편교회와 하나 되어 끊임없이 세상과 인류구원을 위해 복음을 전해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주교는 외적 복음화에 대한 노력도 간과하지 않는다. 이 주교는 취임사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교회, 보편 교회와 함께하는 교회, 소외된 이웃들의 아픔과 함께하는 교회를 말했다. 교회는 세상과 분명히 구별되지만, 세상에 파견된 존재라는 신원의식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회의 정의와 평화 실현 등을 통해 살아있고 생동감 넘치는 교회 활동과, 교회내외 하느님 사업에 단합된 힘을 보여주어야 하겠다는 이 주교의 뜻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 기대된다.
이 주교는 이 모든 희망을 사제단과 교구민들에게만 짐 지우지 않았다. 스스로도 노력하겠다며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사제단의 화목과 우애, 일치와 단합을 위해 각별한 관심과 정성을 기울이면서, 사제들과 함께 신자들의 영적 기쁨과 행복, 선익과 보람을 위해, 겸손히 하느님과 자모이신 성교회의 도구와 종, 심부름꾼으로 살 것을 굳게 다짐하며 기도하겠다”는 다짐이 그것이다. “교구 사제단, 신자들과 함께 온 힘을 모아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친교와 섬김과 나눔의 교구 공동체를 이루도록 힘쓰겠다”는 스스로의 각오도 덧붙였다.
목자가 길을 함께 걷자고 손을 내밀었다. 이제 그 손을 잡아주는 이들이 필요하다.
#교구장 주교와 교구의 의미
교구 사목수행 일체의 직권 가져
▨ 교구장 주교
교구장 주교는 교구의 책임자로서 주교품을 받은 고위 성직자이며 자기에게 맡겨진 교구에서, 그의 사목 임무 수행에 요구되는 일체의 고유한 직접적 직권을 가진다. 교황이 주교들을 임의로 임명하거나 또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자들을 추인함으로 교구장이 선임된다. 만일 교구장에 선임되었으나 아직 주교 축성을 받지 않았으면 사도좌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후 4개월 이내에, 이미 주교 축성을 받은 자이면 2개월 이내에 자기 교구에 교회법적 취임을 하여야 한다.
교구장은 사망하거나 교황에 의하여 다른 직무로 전임 발령을 받으면 그 직무가 끝난다. 또한 75세가 지나거나 건강 악화 등 중대한 이유롤 직무를 수행하기에 부적합하게 되면 교황에게 직무의 사퇴를 표명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권고되고 교황이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한다.
▨ 교구
교구는 가톨릭교회를 지역적으로 구분하는 하나의 기본단위, 즉 교회 행정상의 한 구역을 말한다.
12사도의 후계자인 주교들에 의해, 일정한 지역에 가톨릭 신자들의 공동체가 형성되고 이 공동체는 그 지방을 관할하는 행정구역을 이루게 된다.
이 기본 단위인 교구는 좀 더 작은 신자 공동체인 본당(本堂)으로 나뉘어, 주교들의 대리자인 사제(司祭)들이 직접 신자들을 보살피게 된다.
#이용훈 주교 약력
1969년 2월 서울 성신고등학교 졸업
1977년 2월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신학과 졸업
1979년 2월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대학원 졸업
1979년 3월 6일 사제 수품
1979년 3월 - 1980년 2월 수원교구 안성 본당 보좌신부, 안법 고등학교 교사
1988년 9월 교황청 라테라노대학교 성알퐁소대학원, 윤리신학 박사
1980년 3월 - 1981년 1월성신고등학교 교사
1981년 1월 - 1981년 6월수원교구 신장 본당 보좌신부
1981년 6월 - 1982년 3월 수원교구 수진동 본당 보좌신부
1982년 3월 - 1984년 2월 수원교구 정남 본당 주임신부
1988년 10월 - 2003년 3월 18일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1992년 3월 - 1994년 2월 수원가톨릭대학교 학생처장
1997년 3월 - 1998년 6월 수원가톨릭대학교 교무처장
1998년 6월 - 2002년 6월수원교구 사제평의회 위원, 참사회의 위원
1998년 6월 - 2002년 6월수원가톨릭대학교 총장
2000년 6월 - 2001년 10월 수원교구 시노두스 중앙위원
2001년 4월 - 2002년 6월수원교구 사제평생교육위원회 위원
2003년 3월 7일수원교구 보좌주교 임명(카타붐 카스트라의 명의주교)
2003년 5월 14일주교 수품
2004년 10월 - 현재 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위원장
2008년 10월 10일 수원교구 부교구장 임명
2009년 3월 30일 수원교구 제4대 교구장으로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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