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걸었던 길이 혈기왕성한 대한민국 군인들에 의해 재현됐다.
지난 5월 17일 군종교구 국군중앙 주교좌성당(주임 오정형 신부)에서는 부활 제6주일을 기념해 특별한 공연이 펼쳐졌다. 본당 병사성가대가 마련한 뮤지컬 ‘십자가의 길(Via Dolorosa)’이 그것.
미사 중에 펼쳐진 공연은 최후의 만찬부터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표현해냈다. 약 20분이라는 짧은 공연 시간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은 임팩트 있는 공연을 선보여 이날 미사에 참례한 신자병사들의 마음과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배우들의 발성과 연기는 전문가 실력이라고 해도 가히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사실 군대라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이번 공연을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일 어려운 문제는 연습시간의 부족이었다. 3개 부대의 병사들이 모이다 보니 부대사정과 휴가와 외출 등 개인사정으로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았다.
때문에 부활절로 계획됐던 공연도 한 달을 연기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병사들은 음악과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똘똘 뭉쳤다. 일요일 오후 7~9시 다른 병사들처럼 강당에서 간식을 먹으며 DVD를 보거나 친교를 나눌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그저 연습에 매진했다.
공연을 앞두고 열흘 전에 제대한 김재춘(아킬레오)씨는 “무신자였는데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종교에 관심을 갖게 돼 상병 때 세례를 받았다”며 “성당에서 이렇게 공연을 하다 보니 제 꿈도 뮤지컬 배우가 됐다”고 전했다.
예수 역을 맡았던 김영철(요한) 병장은 “대학교에서 뮤지컬을 전공하고 있었는데 군대에서도 이렇게 특기를 살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성가대원들 간에도 서로를 더욱 잘 알고 전우애를 쌓을 수 있었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연습시간이 부족한 것 외에도 어려움은 또 있었다. 공연에 필요한 소품을 구하는 일. 의상과 소품 등을 준비하는 일은 더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그들만의 젊은 열정이 돋보였다.
군부대 성당이라는 장소적인 특징을 십분 활용해 배우들은 모두 군복과 군 우비를 착용했다. 덕분에 일반 본당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렬하면서도 씩씩한 예수와 12제자의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한 더욱 좋은 음질을 제공하기 위해서 무선마이크와 착용마이크 등을 부대에서 빌려와 공연의 질을 높였다.
이번 공연을 연출하고 극본작업을 한 60정보통신운영대대 박담호(안드레아) 병장은 “다음 달에 제대하는데, 제대하기 전에 한 번 제대로 된 뮤지컬 공연을 해보고 싶었다”면서 “연습기간 동안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고 열심히 참여해줘서 단원들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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