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한국 교회는 디지털 미디어의 덕을 톡톡히 맛봤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이 알려지면서 수를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조문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또 한 인터넷 메신저에서는 사용자들이 대화명 앞에 조문리본 모양 이모티콘 ‘▶◀’을 달아 놓고 김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하며 인터넷 속 ‘김수환 추기경 신드롬’을 이어갔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제43차 홍보주일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인터넷이 세계적으로 보급·확산되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생기면서 세계에서 가장 외진 구석까지 서로 닿을 수 있게 됐다”며 “가톨릭 신자들은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각자의 소양과 재능을 발전시켜 인간 공동체에 봉사하도록 친구끼리 서로 격려하고 지지해 줘야 한다”며 그리스도교적인 디지털 미디어 활용을 강조했다.
교회는 오랫동안 사목과 선교에 있어서 인터넷을 활용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왔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에서는 최근 ‘2008년 천주교인터넷 현황’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디지털 미디어 사목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홍보주일에는 주교회의의 자료를 바탕으로 교회의 인터넷 사목, 선교의 역사와 현황을 살펴보고 ‘존중과 대화, 우정의 문화를 촉진하는’ 디지털 미디어로서 자리 잡은 가톨릭 사이트를 소개한다.
#살아 숨쉬는 인터넷 사목과 선교
2007년 12월 현재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만 6세 이상)는 3482만 명이다. 3000여만 명의 인구가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몇 번의 클릭으로 원하는 자료를 얻고, 보고 싶은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 또 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들이 인터넷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렇듯 인터넷은 살아있다.
한국 교회에서도 1988년 PC통신 상용화와 더불어 인터넷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청년 신자들을 중심으로 교회나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식으로 주로 이용되면서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신자들 간의 통로 역할을 할 뿐이었다.
본격적으로 인터넷을 사목적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정지웅 신부(당시 수원교구 총대리)가 1994년 주교회의 추계총회에서 ‘가톨릭 정보화 추진 방안’을 제안하면서부터다. 이듬해 주교회의 차원에서 전국 전산화 정보시스템 도입이 검토됐으나 내부사정으로 중단됐다.
1996년에는 성 바오로 수도회에서 교회 내 포털의 효시인 ‘성 바오로 선교네트’를 개통했으며 서울대교구는 1998년 양업시스템과 교구 홈페이지 굿뉴스를 개통했으나 교회의 관심은 미미했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자 1000만 시대가 열리면서 교회 안에서도 인터넷 활용에 대한 관심과 빈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처음으로 교구 전산 실무자 모임을 구성하는 등 교회의 정보화 발전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다.
또한 2004년에는 전국 교구 전산사제회의가 발족돼 통합 양업시스템 개발 프로젝트 추진을 결의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인천교구는 인터넷 인천 방송국을 개국했으며, 광주대교구는 인터넷 통신교리를 실시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교구뿐 아니라 본당과 가톨릭 단체들도 홈페이지와 카페를 개설하며 신자 공동체 간의 친목을 다지기에 앞장섰지만 활용도가 높지는 않았다.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돌보지 않아 휴면상태에 있는 본당 홈페이지들이 늘어나기도 했다.
한국 인터넷 환경이 웹2.0과 유무선 통합으로 전환되면서 한국 교회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차원에서 문화의 복음화 포럼을 마련해 디지털 미디어의 사목활용에 관해 자료를 축척하고 있다.
통합 양업시스템 개통도 한국 교회의 인터넷 활용에 있어서 주목할 만하다. 개발을 시작한지 11년 만에 세계 최초로 전국 통합 전산망을 구축했다는 것 자체로 한국 교회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 속도만큼이나 한국 교회 인터넷 선교 사목의 진화도 발 빠르게 전개됐다. 그러나 아직 인터넷의 능력이 충분히 인식되지 않아 교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재원, 인력을 투자해야만 미래의 사목을 대비할 수 있다.
#존중·대화·우정의 문화 촉진하는 가톨릭 디지털 미디어
▶굿뉴스
서울대교구 ‘굿뉴스’는 단순히 교구 홈페이지가 아닌 가톨릭적인 포털사이트를 지향하며 1998년 9월 20일 개설됐다.
굿뉴스에서는 ▲매일미사 ▲성경쓰기 ▲가톨릭대사전 ▲서울대교구 주보 ▲평화화랑 전시 등 가톨릭 관련 정보들을 다양하게 제공하며 신자들의 신앙생활 및 사제들의 사목선교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일반 포털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클럽과 메일 등 굿뉴스 콘텐츠를 구축하고 있어 선교활동과 사제, 수도자, 신자 간의 쌍방향 소통의 도구로써도 활용될 수 있다.
굿뉴스에는 2008년 9월 8일 현재 26만760명의 회원이 신앙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매년 2만6000여명이 가입하고 있다.
▶성 바오로 선교네트
성 바오로 수도회에서 개발한 ‘성 바오로 선교네트’는 한국 교회 최초로 PC통신을 기반으로 한 선교 네트워크다. 2000년에는 인터넷 성 바오로 서원을 개원하고 가톨릭 문헌자료실, 가톨릭 뉴스 서비스휴대폰 성서문자 서비스 ‘모바이블’ 서비스 등을 개시했다. 현재는 인터넷 서원의 내실화에 중점을 두고 운영되고 있는 중이다.
▶마리아 사랑넷
15만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마리아 사랑넷’은 평신도 봉사자들이 운영하는 가톨릭 사이트다. ▲성가방송 ▲매일신앙 ▲심리상담실 ▲가톨릭자료 등 굉장히 많은 콘텐츠들이 운영되고 있으며 하루에도 8000명 이상이 접속해 인터넷 상에서 친목을 나누기도 한다. 특히 방대한 양의 가톨릭 이미지와 사진, 문서자료들이 있어서 교리교사를 비롯해 본당 봉사자들이 다양한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2000년 가톨릭 홈페이지 제작 봉사로 활동하는 평신도들이 모여 만든 마리아 사랑넷은 현재 총 112명의 도우미 봉사자들이 주요 콘텐츠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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