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태운 태국행 비행기
지난 4월 24일 오전 10시, 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신충섭씨가 슬픔을 안고 떠올랐다. 곧 임종을 맞이할 아내 폰피몰을 보내기 위한 이별여행길, 약간의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신씨에게 “아내가 암에 걸렸고,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해 이제 곧 죽는다”고 거듭 말해도 신씨는 ‘이별’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한국에서 태국 수아나폼 공항까지 5시간30분의 비행, 5시간을 더 기다려 비행기를 갈아타고 가야하는 사콘나콘이라는 작은 공항, 그곳에서도 자동차로 2시간을 더 달려야 나타나는 단또이라는 시골마을, 그 곳에 있을 아내를 만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다.
#꽃다운 시골 처녀와 양말공장 아저씨의 6년간의 사랑
태국의 한 시골농가에서 4남5녀 중 여덟째로 태어난 폰피몰은 가난했고, 작은형의 양말공장에서 일하며 근근이 생활하던 신씨는 바보에 가까웠지만 둘은 사랑했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지하 양말공장과 반지하방이 이들 부부의 보금자리였지만 둘은 행복했다. 폰피몰에게는 남편 신씨가 한국 생활의 전부였다. 한국어도, 한국의 문화도 접할 기회가 없었다. 오로지 서로만 바라보고 의지하며 6년을 살았다.
#아내가 아파요
두 사람의 순수한 사랑을 하늘이 질투라도 한걸까. 폰피몰이 위암에 걸렸다. 2006년 12월 18일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던 폰피몰은 해를 넘겨 2007년 8월이 돼서야 내시경 검사를 받고 입원을 했다. 위의 75%를 잘라내는 대수술을 거쳤지만 남편은 병원에 나타나지 않았다. 남편은 폰피몰을 사랑했지만 아내의 병에 대해 무지했다. 결국 치료시기를 놓친 폰피몰은 복막, 유방, 뼈까지 암세포가 전이된 몸으로 지난 2월 8일 마지막으로 가족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태국을 찾았다.
#안녕, 여보
그러나 폰피몰은 다시 남편 곁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등과 허리의 통증이 심해 혼자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병의 진행속도가 빨랐기 때문이다. 폰피몰은 친정집에 누워 남편을 그렸다. 성북구다문화가정지원센터(센터장 곽정남 수녀)가 이들 부부의 이별여행을 도왔다. 아내의 병과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신씨는 “집에 가자”는 말만 되풀이하며 아내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폰피몰은 그런 남편의 얼굴을 마음속에 새기고 5월 16일 세상을 떠났다. “안녕, 여보. 우리 다음 세상에 또 만나요.”
※후원 우리은행 1005-902-428037 성북구다문화가정지원센터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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