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혼자 투병중인 아내와 함께 할 수 없어 미안한 마음뿐이죠. 수술비 마련은 아직까지 먼 꿈이네요.”
백혈병으로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중인 아내 고영미(프란치스카·47·제주화북본당)씨를 혼자 남겨둔 남편 김선채(프란치스코·48)씨의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5월 16일 막내 김지현(카타리나·초5)양의 운동회도 가보지 못하고 허겁지겁 제주도에서 올라와 주말 내내 간병하고 돌아가는 길이다. “다행히 옆집 아주머니께서 운동회에 대신 가주시기로 했어요. 부모도 없이 운동회를 참가한 아이를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집니다.”
지난 2007년 5월, 아내 고씨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M7’이란 진단을 받았다. “평소에 아주 건강했습니다. 처음에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믿을 수가 없었어요.” 남편 김씨는 백혈병 진단이 오진이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오진이라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할 도리가 없더군요. 힘겨워하는 아내를 보니 반드시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다행히 골수가 맞는 사람이 있으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료진의 말에 김씨는 희망을 가졌다. 어렵게 골수가 맞는 사람을 찾았지만 수술비용이 문제였다. 이식 수술비용만 3500만원, 그 외 진료비, 입원비 등의 비용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다급한 마음에 김씨는 20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을 받았다. 그것도 부족해 적금 등 돈이 될 만한 것은 모조리 끌어 모아서야 가까스로 동종조혈모이식 수술을 받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1차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 고씨는 말초신경쪽에서 암세포가 발견됐고 백혈병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몸무게가 39kg밖에 나가지 않는다. 더욱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간병인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아껴 아내의 치료비에 보태려면 김씨가 곁에서 돌봐줘야 하지만 제주도에 지민(아녜스·고1), 지혜(아가다·중2), 지현(카타리나·초5) 딸 셋이 생활하고 있어 서울에는 주말에만 오는 처지다. 직장을 그만 둔 후로 보험설계사 등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봤지만 간병인에게 들어가는 하루 6만원의 비용을 대기에도 빠듯하기만 하다.
“주중에는 제주도에서 아이들을, 주말에는 아내를 돌보니 정말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주님께 간절히 기도만 하고 있어요.”
가장으로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아픈 아내와 세 딸을 돌보고 있는 김씨에게 작은 소망이 있다.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지내게 해주고 싶습니다. 아이들도 엄마를 너무 그리워하지만 엄마가 입원하고는 비행기 값 때문에 한 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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