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교회가 펼쳐야 할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은 소모적인 신학 논쟁에서 벗어나 ‘지구화 시대’가 가져온 각종 문제점에 공동 대응해 나가는 것이라는 방향성이 제기됐다. 특히 인간 생명 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자체를 살리기 위해, 지구화가 가져온 내적인 모순을 극복하는데 각 그리스도교 교회가 하나로 힘을 보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내용은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위원장 김희중 주교)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제9회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일치포럼’에서 제시됐다.
‘지구화 시대의 일치운동’을 주제로 5월 14일 오후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이날 포럼은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실현해야 하는 ‘그리스도인 일치 운동’ 방향과 실천을 모색하는 장으로서 더욱 의미가 컸다.
특히 포럼에서는 「희망의 신학」 등의 저서로 잘 알려진 위르겐 몰트만(J. Moltmann) 박사가 강연자로 나서, 21세기 일치운동 방향에 대해 제언해 관심을 모았다.
현대는 전 세계가 정보, 생산, 시장의 세계화 등으로 긴밀히 엮여 있는 ‘지구화 시대’다. 몰트만 교수는 이러한 시대에 일치운동이 힘을 얻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협소한 개념’을 지적했다.
몰트만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교회는 수십 년 전에 의미를 밝힌 ‘교회의 일치와 갱신’이라는 일치운동의 의미를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때문에 교회 간 화해를 이룬 현재로서는 기존 일치운동의 틀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대답을 찾기 어렵다. 이에 따라 몰트만 교수는 “앞으로의 일치운동은 갈라진 교회를 통일시키는 노력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인간성 상실, 환경파괴, 양극화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몰트만 교수는 또한 “하느님과 함께 할수록 또한 교회가 서로 가까워질수록, 이웃들과 더욱 가까워진다는데 일치운동의 의미가 있다”며 “각 교회는 각자의 신앙 안에 성실히 머무는 다양성을 존중하며 서로 상호보완하는 일치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연에 이어 열린 토론에는 박준양 신부(가톨릭대 교수), 강디에고 신부(꼰솔라따 수도회), 이형기 목사(장로회신학대 명예교수), 심광섭 목사(감리교신학대 교수)가 각각 참가해 한국 교회 일치운동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토론에서 강디에고 신부는 “한국에서의 일치운동은 지도자들만 하는 것으로 인식될 만큼 일반 신자들 사이에서는 의미와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전문가들만의 대화가 아니라 신자 개개인이 모두 동참할 수 있는 삶과 활동, 영적체험의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 앞선 인사말에서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 주교는 “일치운동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남기신 지상 명령이자 유언”이라며 “이번 포럼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인 일치를 향한 염원을 더욱 성숙시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권오성 목사도 “지구화 시대의 위기가 더 커질수록 교회가 일할 분야와 역할, 책임이 더욱 커지는 것”이라며 “그리스도인부터 먼저 일치를 이뤄 현대사회가 겪는 위기를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그리스도교 교회들은 보다 활발한 교회일치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올해를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의 해’로 정한 바 있다. 이번 포럼은 지난 1월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일치 기도의 해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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