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하고 화려했다. 엄숙함과 설렘도 공존했다.
5월 14일 이용훈 주교의 수원교구장 착좌미사와 축하행사는 새로운 출발선에 선 수원교구의 각오와 결의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교단과 사제단, 평신도들은 이날 거대 수원교구를 이끌어갈 새로운 목자의 탄생을 축하하며 동시에 수원교구 공동체의 끊임없는 복음화 활기를 기원했다.
⊙… 착좌미사의 절정은 일치를 위한 기도인 ‘베니 크레아토’(veni creator)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작된 착좌식. 전임교구장인 최덕기 주교가 새 교구장의 문장을 제대 뒤편 교구장좌 위에 부착하고 이용훈 주교에게 목장(牧杖)을 전달했다. 이어 이용훈 주교는 최덕기 주교와 오스발도 파딜랴 교황대사의 인도로 주교장좌에 착좌, 72만 교구민의 든든한 새 목자로 섰다. 이어 이용훈 주교는 주교단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주교단과의 일치를 다짐했다. 아울러 교구 사제단의 순명 서약을 받은 이용훈 주교는 교구 사제단 대표인 교구 참사회 및 사제평의회 위원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온화한 지도자의 모습을 드러냈다.
착좌식과 함께 이어진 미사 봉헌 행렬에는 각계를 대표하는 교구민들이 봉헌예물을 전달했다. 교구 내 각 평신도 대표들과 소화초등학교 학생들, 외국인노동자, 장애인들이 꽃과 빵 등을 봉헌했으며, 교구 내 수도회 장상들도 초를 봉헌, 새 목자를 맞는 마음을 표시했다.
미사 후 진행된 축하식에서도 꽃의 향연은 이어졌다. 교구 여성연합회 회원과 교구청 여직원들은 이용훈 주교를 비롯해 교황대사와 주교단 전원에게 꽃다발을 증정, 감사와 환영의 뜻을 전했다.
축하식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정진석 추기경은 축사를 통해 “수원교구를 오늘날 이만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다가 먼저 세상을 떠난 신부님들이 여러 분 계시다”며 “그분들의 노고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도 축사에서 “착한 목자를 맞으신 수원교구민들에게는 축하를 드리지만, 착좌하신 이용훈 주교님께는 (고생하실 것이 걱정돼) 솔직한 말씀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말해 축하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축하식이 끝나고 난 뒤 성당 지하에 이어진 축하연에서 수원교구 제1대 교구장 윤공희 대주교는 “전임 최덕기 주교님께서 오늘 목장을 새 교구장님께 인계했는데, 이는 제가 교황 바오로 6세로부터 받은 목장을 2대 교구장인 김남수 주교님께 드린 것”이라며 수원교구 교구장 목장의 특별한 의미를 소개했다.
⊙… 이날 착좌식은 하늘도 축하하는 듯했다. 착좌식이 시작되기 전, 정자동 주교좌성당 첨탑에 무지개가 걸렸다. 이용훈 주교는 착좌식 시작 30분 전부터 본당 입구에서 신자들과 만나 인사하며 악수를 나눴다.
착좌식 봉사를 맡은 교구청 직원들과 여성연합회 회원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축하객들을 맞았으며, 교구 운전기사사도회 회원들은 주변 교통정리를 위해 무전기를 들고 바쁘게 움직였다. 운전기사사도회 정병화(야고보·안산 군자본당)씨는 “봉사 때문에 착좌식에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마음만은 행복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용훈 주교의 가족 및 친척들의 기쁨 역시 누구보다 컸다. 이 주교의 첫째 형수인 이영자(마리아·69·서울 행당동본당)씨는 “이 주교님의 교구장 착좌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항상 건강하시고 교구민들을 위한 일을 많이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주교의 막내 동생 이용필(토마스·50·수원 원천동본당)씨도 “무엇보다 주교님께서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며 “신앙으로 이어진 교구민 가족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훌륭한 주교님이 되시길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교구민들도 교구의 축제를 맘껏 즐기는 분위기였다. 여성연합회 9대 회장이었던 장봉숙(로사·62·수원 화서동본당)씨는 “성직자와 평신도가 일치하지 않으면 교구의 진정한 발전은 있을 수 없다”며 “새 주교님과 함께 모든 교구 구성원들이 일치하는 아름다운 수원교구 공동체가 되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교구 신학생들 역시 이용훈 주교가 교수로 있던 신학교 재임시절을 떠올리며 특별한 마음을 표현했다. 신학생들은 이를 깜짝 축하쇼(?)를 통해 드러냈다. 신학생들은 성전 3층에 이용훈 주교의 얼굴을 새긴 대형 현수막을 설치했으며, 특히 ‘이용훈 주교를 위한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는 ‘LO♥E’(사랑), ‘UNITAS’(일치)라는 문구를 새긴 카드섹션도 함께 선보였다. 연습부족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작은 실수 몇 가지는 화기애애한 축하식 분위기를 더욱 밝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이병윤(암브로시오·31·이매동 성바오로본당) 신학생은 “총장신부님으로 함께 생활하셨던 분께서 교구장님이 되셔서 더욱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주교님을 본받아 훌륭한 사제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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