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마지막 주일인 31일은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생명의 날’이다. ‘생명의 날’을 앞두고 다시금 ‘생명’의 본질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전직 대통령으로는 유례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과 대법원이 지난 21일 기계장치로 생명을 연장하지 않고 죽을 수 있는 권리인 이른바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을 확정한 것이 그것이다.
두 경우 모두 다 생명에 대한 오도된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음을 볼 때 적잖은 아쉬움과 함께 염려스런 마음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온 나라를 패닉 상태에 빠지게 할 정도로 충격이 적지 않다. 사회적 위치로 보나 여러 면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지닌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었는가 하는 안타까움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그의 죽음이 단순히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점이다. 혹여 그의 죽음을 모방한 또 다른 죽음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실제 연예인들의 자살 후 충동에 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이어졌던 사례를 적잖이 보아왔기에 이러한 염려가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자살은 현재 우리나라 인구 사망원인 가운데 4위를 차지한다. 20∼30대 젊은층의 사망원인으로는 단연 1위며,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도 인구 10만명당 자살자가 21.5명으로 가장 많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부의 대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거나, 있다고 해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자살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의지박약이나 무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사회 현실에 있다.
생명문제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바로 생명은 하느님으로부터 왔으며, 그렇기에 생명의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닌 하느님이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회는 하느님의 선물인 고귀한 생명이 상품으로 전락하는 현실에 맞서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에 힘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신자들은 물론 우리 사회에서도 생명윤리 의식이 조금씩 싹트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교회가 걸어가야 할 길은 먼 듯하다. 아직 인간 생명을 포함해 하느님이 창조하신 생태계까지 생명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야를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살은 안 된다’는 당위적인 인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죽음의 그늘을 지워나갈 수 있는 보다 실천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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